소외됐던 아버지 참모습을 찾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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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가족끼리 왜 이래’ 종영
시청률 40%대 고공비행 비결은

14일 방영된 KBS2 주말연속극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차순봉(유동근·오른쪽)이 딸 강심(김현주)의 결혼식장에 함께 입장하고 있다. 위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고도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 차순봉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KBS2 화면 캡처
14일 방영된 KBS2 주말연속극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차순봉(유동근·오른쪽)이 딸 강심(김현주)의 결혼식장에 함께 입장하고 있다. 위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고도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 차순봉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KBS2 화면 캡처
“딸아, 네가 누구의 아내이든 누구의 엄마가 돼든 너의 행복을 포기하지 말거라, 이 애비의 소중한 딸이라는 것을 잊지 말거라.”(14일 KBS2 주말 연속극 ‘가족끼리 왜 이래’, 차순봉이 딸 강심의 결혼식에서)

시청률이 8일 43.3%를 기록하는 등 40%를 넘나들며 사랑을 받은 주말 연속극 ‘가족끼리 왜 이래’가 15일 53회로 종영했다. 자극적인 상황이나 대사가 거의 없는 ‘착한 드라마’로 올린 시청률이어서 더욱 빛나는 성적표다.

드라마의 인기는 가족을 위해 묵묵하게 헌신해 온 이 시대 아버지들의 내면을 담담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지금의 아버지 세대는 열심히 살아왔음에도 부정적으로 평가받거나, 직장이나 집안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렵게 된 경우가 많았다”며 “드라마가 현실에서 소외된 아버지들의 상실감을 달래줬다”고 말했다. 영화 ‘국제시장’의 흥행 요인과도 맥을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문화콘텐츠 속에서 모성(母性)에 비해 조명을 덜 받아온 부성(父性)의 긍정적인 모습을 이 드라마가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정석희 문화평론가는 “기존 드라마에는 권력지향적이거나 탐욕스러운 아버지, 또는 드라마 ‘미생’의 ‘안영이’ 아버지처럼 자식에게 부담을 지우는 아버지 캐릭터가 많았다”며 “이 드라마는 존경하고 따를 수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은영 문화평론가는 “2008년 인기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 등 어머니를 조명한 드라마가 독립된 인격체로서 자아를 찾아나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는 반면, 이 드라마는 끝까지 자신을 누르고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 흥미롭다”고 말했다.

드라마의 인기는 최근의 경기 침체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도 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정리해고와 명예퇴직 등으로 아버지의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에서 부성애를 다룬 콘텐츠가 인기를 모았다. ‘가족끼리 왜 이래’의 차순봉(유동근)처럼 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40대 후반 가장의 가족 사랑을 담은 소설 ‘아버지’(김정현)는 1998년 베스트셀러가 됐다. 백혈병에 걸린 아들을 위해 자신의 몸 일부를 팔겠다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소설 ‘가시고기’(2000년)도 큰 인기를 모았다. 김은영 문화평론가는 “투병 등 극적 장치를 통해 아버지의 고독함을 강조하는 한편 나약한 인간이면서도 가족의 기둥이 되는 아버지들의 모습을 조명하는 콘텐츠가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가 자식 세대의 감성을 자극한 것도 주효했다. 일만 아는 큰딸 강심(김현주)은 순봉에게 “우리도 밖에서 얼마나 힘들고 피곤한지 아세요? 매일 매일이 독립운동이고 전쟁이에요, 우리한테는”이라고 하소연한다. 이기적인 면모를 보였던 아들 강재도 “나는 출세한 아버지도 없고 ‘빽’ 좋은 집안도 없으니까. 어떻게든 내 존재를 증명받기 위해 매순간 날 추스르고 채찍질해가면서 그렇게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고요”라며 힘겨웠던 속내를 털어놓는다. 이 같은 대사가 젊은층의 공감을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KBS 드라마국 정성효 CP는 “부모와 자식 세대가 함께 드라마를 보면서 공감할 수 있도록 안배했다”고 말했다. ‘가족끼리 왜 이래’ 후속으로는 ‘파랑새의 집’이 21일 오후 7시 55분 첫 방영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가족끼리 왜 이래#종영#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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