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드라마 ‘전설의 마녀’로 코믹 연기에 자신감이 붙은 연기자 이종원. “망가지고 욕도 먹는 연기를 해봐야 한다”며 앞으로 30년 후에도 지금처럼 연기에 대한 열정은 잃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임민환 기자 minani84@donga.com 트위터@minani84
■ 주말드라마 ‘전설의 마녀’ 코믹 열연
아직도 27년전 광고로 기억하는 분 많아 코믹 캐릭터도 가능하다는 것 알려 만족 오현경과는 대본 안 맞춰봐도 척이면 척
야망을 위해서는 사랑하는 여자도 내칠 수 있는 남자, 혹은 반듯한 정장에 정갈한 헤어스타일이 돋보이는 신사. 연기자 이종원(46)이 그동안 대중에게 심어준 이미지다.
하지만 지금 그는 웃기는 남자다. MBC 주말드라마 ‘전설의 마녀’에서 탁월한을 연기하며 거침없이 망가지고 있다. 고시원 좁은 방 안에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혼자 청승맞게 컵라면을 먹는 장면(작은 사진)은 그 상징이다.
이종원은 “‘재밌다’고 말씀해주시는 게 연기를 잘 한다는 말보다 기분이 좋다”며 만족한다. “이전에도 코믹한 캐릭터를 맡은 적이 있지만 지금만큼 화제가 되지는 않았다. 드라마 인기가 높아 제게도 관심이 쏠리는 것 같다.”
덕분에 “이제 야망과 승부에 집착하지 않는, 코믹 캐릭터도 가능하다는 것을 각인시킨 기회가 됐다”며 “머릿속에 연기에 대한 새로운 한 줄을 그은 것 같다”고 말했다.
MBC 주말드라마 ‘전설의 마녀’의 한 장면. 사진제공|MBC 이종원의 코믹 열연에 드라마는 1월24일 30%(닐슨코리아)를 돌파하고 1월31일 31.4%의 최고 기록을 세웠다. 스토리가 결말을 향하면서 8일 40회 종영까지 더 높은 시청률을 달성하지 않을까 기대를 모으고 있다.
“좋은 게 좋다고. 현장에도 항상 웃음이 넘친다. 시청률이 오를 때마다 출연진과 제작진은 만족감과 쾌감을 느끼지만 시청자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하는 책임감과 보이지 않는 압박감이 있다.”
그래도 시청률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그는 지금과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에는 상대역 오현경의 도움이 컸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서로 알고 지낸 지 26년이나 됐다. 많은 얘기를 하지 않아도 서로가 하고자 하는 연기를 알 수 있다. 대본을 맞춰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런 호흡으로 이종원은 시청자에게 웃음을 전하며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한 주인공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지금처럼 큰 굴곡 없이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날 유지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라는 그는 “되돌아보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뭔지 그리고 제 위치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사다리꼴의 인생 그래프를 그려보였다. ‘0’에서 시작해 상승곡선을 그린 뒤 평행선을 유지하다 아래로 내려가는 모양이다.
상승곡선의 시작은 1988년 한 스포츠 브랜드의 CF였다. “인기를 얻고 연기자가 될 수 있는 등용문”이 됐다. 상승곡선의 정점은 1995년작 ‘젊은이의 양지’다. ‘청춘의 덫’(1999)은 이후 평행선을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그리고 이제 평행선 어딘가에 그는 서 있다.
“내려갈 시점에 대해서는 항상 생각하며 준비하고 있다. 아마도 70세가 되면 내려가기 시작하지 않을까.”
이종원은 “사람 일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늘 자기관리에 철저하다. 일주일에 두 번은 연예인야구단 조마조마의 일원으로 경기에 참여한다. 드라마 종영 후에는 체중 관리에도 돌입한다.
“27년이나 지났는데도 아직도 1988년 광고 속 제 모습을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앞으로 25년은 더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하하!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흐르더라도 매사에 겸손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