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 워리어(악플러처럼 공격적 성향을 지닌 누리꾼)들이 작품을 어떻게 볼지 궁금합니다. 기성세대는 저 정도일까 싶겠지만, 이전까지 볼 수 없던 인간관계가 이미 가상공간에 만연해 있으니까요.”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한국영화아카데미(KAPA)에서 만난 홍석재 감독(32)은 의외로 차분했다. 12일 개봉하는 영화 ‘소셜포비아’로 첫 장편 데뷔를 앞둬 굉장히 떨릴 텐데. 특히 지난해 드라마 ‘미생’에서 한석율 역으로 뜬 배우 변요한이 출연해 관심이 높다. 홍 감독은 “흥행스코어보단 관객 반응이 걱정”이라며 “촬영 땐 매일 망했다고 절망하며 완성만 바랬다. 이 순간이 기적 같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의 사이버문화를 적나라하게 다뤘다.
“현피(인터넷에서 다투다 실제로 만나 싸우는 것)나 그로 인한 죽음이 자극적일 수 있다. 영화라 극적 과장도 없진 않다. 허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구축한 세상을 대하는 태도는 윗세대와 확실히 다르다. 10, 20대에게 인터넷은 삶의 일부가 아니라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웹상의 평판을 현실보다 중요시한다. 그 흐름을 포착하고 싶었다.”
-등장인물이 폭력이나 죽음을 쉽게 여긴다. 그런데 또 다들 평범하다.
“그게 영화의 핵심이다. 이들은 특별하지 않다. 매일 길에서 마주치는, 동시대 사람들이다. 수줍은 소녀가 인터넷에선 광폭한 전사로 변하고, 사회적 ‘루저’가 갑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더 빠져드는 걸지도. 이들을 옹호할 맘은 없다. 악당은 아니지만 꽤나 이기적이고 주장만 앞세운다. 현실 사회가 이들을 품지 못해 잉여인간이 된 건 아닐까.”
-주인공 지웅(변요한)은 사건에 얽히긴 했지만 주도하진 않는다.
“이런 세계를 객관적으로 볼 인물이 필요했다. 일종의 관찰자 입장이랄까. 너무 깊숙이 들어가면 자기합리화에 빠지니까. 변호도 비난도 관객의 선택에 맡기고 싶었다. 다만 이 영화가 일종의 ‘가이드북’이면 좋겠다. 잘 모르면서 부정만 하는 건 문제라고 본다.”
-저예산(제작비 2억 원)으로 찍었는데 흐름이 매끈하다.
“부족한 점이 많다. 편집은 제일 재밌기도 하고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이어서 중요하게 고려한다. 상대가 못 알아먹으면 무슨 소용인가. 최근 한국영화는 너무 감정 중심적이다. 현장에서 우린 정보 전달이 초점이라고 자주 말했다. 감정의 과잉은 오히려 메시지 전달을 방해한다.”
-세간의 관심이 변요한에게 몰렸다.
“웬 걸, 너무 고맙다. 로또 맞은 기분이다. 덕분에 영화가 이렇게 주목받고 있다. 진짜 로또는 그의 출연 자체였다. 미생 전부터 독립영화계에선 유명했다. 변요한은 시나리오에서 다소 무기력했던 지웅에게 넘치는 에너지를 담아줬다. 용민(이주승)과 양게(류준열) 등 다른 배우들도 대단했다. 영화를 보면 배우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올 거라 확신한다. 그들 모두가 우리 영화의 로또였다.”
:소셜포비아는: 홍 감독이 KAPA 장편제작연구과정의 지원을 받아 만든 작품.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감독상과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넷팩상)을 받았다. 제40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과 독립영화스타상(변요한)도 수상했다. 영화는 몇몇 누리꾼이 악플러 여성을 현피했다가 그 여성이 죽은 걸 발견하며 복잡한 사건에 얽히는 이야기를 담았다.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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