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널 사랑해, 시간이 흘러도∼.” 2010년 10월 22일 케이블채널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슈스케2) 결승전. 허각이 노래 ‘언제나’로 존 박을 누르고 우승한 이날 시청률은 18.1%(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시청률 1%만 넘으면 대박’이었던 케이블TV가 새로운 역사를 쓰는 순간이었다. 》
○ 지상파가 따라하는 케이블TV
케이블TV는 1995년 3월 1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가입자는 10만 가구가 채 되지 않았다. 20년이 지난 지금 1468만 가구(2014년 말 기준)가 케이블TV를 시청한다. 24개였던 케이블 채널은 현재 260개가 넘는다.
프로그램 수준은 지상파 방송이 따라하기에 이르렀다. ‘슈스케’가 인기를 모으자 지상파도 ‘K팝스타’(SBS) ‘스타오디션’(MBC) ‘TOP밴드’(KBS) 등 오디션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와 ‘미생’은 출생의 비밀 등 막장 코드 없이 신드롬을 일으켰다. 케이블TV 원년인 1995년 방영된 드라마 ‘작은 영웅들’(HBS·현대방송)에 비하면 대단한 발전이었다.
2011년 12월 1일 종편이 출범하며 케이블TV의 콘텐츠는 더욱 풍부해졌다. 채널A의 ‘나는 몸신이다’(수 오후 11시)를 비롯해 시청률이 5%를 넘나드는 프로그램도 많다.
출범 때부터 이어진 꾸준한 투자가 성장의 동력이 됐다. 곽영빈 대원방송 대표는 “케이블 출범 당시 어린이채널에 있었는데 자체 제작 편성 비율 70%를 목표로 했다”고 회상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위기를 맞은 뒤 콘텐츠 투자가 한동안 침체됐지만 2000년경부터 CJ미디어와 온미디어를 주축으로 다시금 활발해졌다. 2013년 채널사용사업자(PP)의 콘텐츠 투자액은 약 1조5000억 원으로 지상파 1조300억 원보다 5000억 원 가까이 많다. ○ 내로캐스팅(Narrow Casting) 시대 열어
케이블TV는 시청자 모두를 겨냥하는 브로드캐스팅(Broad Casting)이 아니라 특정 시청자에 집중하는 내로캐스팅(Narrow Casting) 시대를 열었다. 영화 뉴스 게임 애니메이션 바둑 홈쇼핑 교육 등에 특화된 전문 채널이 시청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켰다.
케이블 초기에는 동아TV의 미드 ‘프렌즈’가 인기몰이를 했고, OCN의 ‘CSI’는 시청자의 눈높이를 높였다. 2000년 7월에는 세계 최초로 게임채널(온게임넷)이 설립돼 ‘스타크래프트’ 게임리그가 젊은층의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케이블을 통해 서인국 노홍철 하하 등이 데뷔했으며 비디오자키(VJ), 쇼호스트 등 새로운 직업도 생겨났다.
콘텐츠 수출도 활발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는 2001년 국내 처음으로 국제 견본시 ‘BCWW’를 부산에서 열며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2010년대 들어서는 ‘슈퍼스타K’ 포맷이 중국에 팔렸고 티캐스트의 E채널이 2011년 ‘빅히트’ ‘여제’를 일본에 판매하는 등 수출액이 급증했다. 2013년 수출액은 4884만 달러로, 1996년 처음으로 홍콩 ‘MIPASIA96’에서 82만 달러를 수출한 것과 비견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다.
○ 스마트 미디어 시대 대응이 과제
케이블TV는 지상파 난시청 해소에도 기여했다. 현재 지상파의 직접 수신율은 7%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이 담당하고 있다. 케이블TV는 지난해 4월 세계 최초로 초고화질(UHD) 방송을 시작했고, 인터넷 서핑과 유튜브 등 다양한 앱을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 케이블 서비스도 하고 있다.
성년이 된 케이블TV의 향후 과제도 적지 않다. 방송이 점차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반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CJ헬로비전의 ‘티빙’, HCN의 ‘에브리온TV’ 등이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효율적 비즈니스 모델 수립이 과제다. 양휘부 KCTA 회장은 “방송 콘텐츠가 제값을 받을 수 있는 방송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케이블 업계에서도 제4이동통신을 비롯한 모바일 사업 모색이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KCTA는 20주년 기념식(13일 오전 11시)을 포함한 ‘케이블TV 20년 행복나눔 방송축제’를 14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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