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결혼·출산 포기 ‘3포 세대’를 위한 영화 처방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3월 18일 06시 55분


취업과 결혼, 출산을 포기한 이른바 ‘3포 세대’를 위로할 만한 영화가 나온다. 스무 살 청춘의 일상을 담은 ‘스물’부터 노년의 사랑을 그린 ‘장수상회’, 음악을 매개로 성장하는 제자와 스승의 이야기 ‘위플래쉬’(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는 저마다 깊이 있는 이야기로 관객을 찾는다. 사진제공|영화나무·빅픽쳐·에이든컴퍼니
취업과 결혼, 출산을 포기한 이른바 ‘3포 세대’를 위로할 만한 영화가 나온다. 스무 살 청춘의 일상을 담은 ‘스물’부터 노년의 사랑을 그린 ‘장수상회’, 음악을 매개로 성장하는 제자와 스승의 이야기 ‘위플래쉬’(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는 저마다 깊이 있는 이야기로 관객을 찾는다. 사진제공|영화나무·빅픽쳐·에이든컴퍼니
■ 꿈꾸고, 사랑하고, 돌보아라, 이들처럼

인생에 정답은 없다…청춘 예찬 ‘스물’
나이 들어도 사랑은 서툴다 ‘장수상회’
누군가의 성장을 돕는 기쁨 ‘위플래쉬’


배우 하정우는 중학생 때 서울 신사동의 브로드웨이극장(현 롯데시네마 브로드웨이)에서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를 보고 배우와 감독을 꿈꾸기 시작했다. 만약 그때 그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추격자’의 주인공, ‘허삼관’의 연출자 하정우는 없었을지 모른다. 요즘 여기저기서 “힘들다”는 말이 들린다. 심지어 20∼30대 젊은층을 ‘3포 세대’로 묶는 듣기 불편한 유행어까지 등장했다. 취업과 결혼 그리고 출산을 포기(어쩌면 포기당한)했다는 의미다. 팍팍한 현실을 사는 이들에게 여기 소개하는 몇 편의 영화는 작은 위로와 희망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하정우처럼 그래도 누군가의 인생에 작은 힘이 되길 기대한다.

● ‘취업’ 포기…좌충우돌 청춘보고서 ‘스물’

밤낮 없이 아르바이트하며 학원비를 버는 동우(준호)는 대학 대신 공장 취직을 결정하고 이렇게 외친다. “모두 김연아와 박태환이 될 순 없다”고, “성공하는 것만큼 포기하는 일도 힘들다”고!

25일 개봉하는 ‘스물’(감독 이병헌·제작 영화나무)은 모두 성공을 좇아야 한다고 강요당하는 세상에서, 온전히 ‘나’에 집중해 원하는 대로 살아도 된다고 ‘허락’하는 이야기다. 스무 살 무렵엔 ‘그래도 된다’는 위로다. 주인공 치호(김우빈)와 경재(강하늘), 동우는 당장 스펙 한 줄 쌓는 것보다 자신의 마음에 더 귀를 기울인다. 무엇을 이루겠다는 미래의 다짐도 없다. 꿈을 찾는 방식 역시 특별할 게 없다. 욕망에 충실한, 한 마디로 하고 싶은 대로다. 영화는 세 갈래 길에 들어선 주인공들의 모습을 몇 차례 보여준다. 모습도, 성격도, 심지어 이상형까지 다른 세 명이 들어서려는 길은 각기 다르다. 처음부터 성공을 보장한 길은 없다. 끝까지 가야 결말을 알 수 있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무게 잡지 않고 펼쳐낸다.

‘결혼’ 포기…깊은 노년의 사랑 ‘장수상회’

돈 많이 드는 연애를 사치라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연애는 물론 결혼까지 포기당하는 세상이다. 아직 진짜 사랑을 경험하지 못한 젊은이일수록 ‘사랑 비관자’에 가깝다.

4월9일 개봉하는 ‘장수상회’(감독 강제규·제작 빅픽쳐)는 노년에 맞이한 사랑에 푹 빠져드는 까칠한 할아버지 성칠(박근형)과 꽃집 할머니 금님(윤여정)의 이야기다. 삶보다 죽음과 더 가까운 이 커플은 사랑에 관해 망설임이나 ‘셈’이 없다. 감정에 솔직하고 표현도 돌려 하지 않는다. 금님의 마음을 얻으려 데이트 코칭을 받는 성칠의 모습은, 이것저것 따지다 정작 사랑할 기회마저 놓치는 젊은층에게 인생의 선배가 보여주는 ‘한 수’와 같다. 윤여정은 “사랑은 상대방에게 눈이 멀어 버리는 일”이라고 했다. 연출자인 강제규 감독은 “사랑은 누구나 공감하고, 누리고 싶은 감정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출산’ 포기…성장으로 얻는 성취 ‘위플래쉬’

출산과 육아에 쏟아 붓는 돈이 엄청나다. 두려워서 또 포기한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보이는 우리 사회의 현 주소다. 하지만 누군가의 성장을 돕는 건, 전혀 다른 인생을 새로 살아갈 기회가 되기도 한다.

상영 중인 영화 ‘위플래쉬’는 미국 최고의 음악학교가 배경이다. 제자를 혹독하게 가르치고, 정점에 오른 그 제자를 통해 삶의 새로운 경지를 맛보는 스승의 이야기다. 물론 그 과정은 혹독하고 거칠다. 다투고 갈등하며 속이고 심지어 맞고 때리기까지 한다. 쉽지 않은 만큼 성취는 강하다. 로봇영화 ‘채피’ 역시 누군가를 돌보며 또 다른 삶에 들어선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 ‘전이’의 과정은 새로운 세대의 탄생을 보는 듯 짜릿하다. 연출자인 닐 블롬캠프 감독은 “우리가 살아갈 미래에 이뤄질 인간과 다른 존재의 성장과 교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dlgofl@gmail.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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