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선보인 영화 ‘신데렐라’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일단 해외 반응은 뜨겁다. 북미에선 개봉 첫 주 7000만 달러(약 790억 원) 넘게 벌어들였다. 박스오피스 1위. 중국도 장난 아니다. 나흘 만에 1억7900만 위안(약 323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줄거리는 소개하기도 민망하다. 그 ‘재투성이 아가씨’ 얘기 그대로다. 몇 군데 좁쌀만 한 양념을 빼면 다음 장면이 뭔지 맞힐 수 있을 정도. 계모와 의붓 자매에게 시달리던 신데렐라가 요정의 도움을 얻어 왕자의 사랑을 얻는다. 유리구두도 호박마차도 빠지지 않고 나온다. 말하다 보니 알쏭달쏭하다. 외국에선 왜 이리 열광하는 거야.
아마도 그건 ‘신데렐라’가 집밥 같은 작품이라서가 아닐까. 정통 애니메이션들과 달리 그간 실사영화는 기존 동화를 뒤튼 작품이 많았다. 지난해 말 나왔던 뮤지컬 영화 ‘숲속으로’는 종합선물세트였다. 신데렐라는 물론이고 ‘라푼젤’ ‘잭과 콩나무’ ‘빨간 모자’ 등이 버무려진 푸짐한 퓨전 요리. 허나 산해진미도 거듭되면 질리는 법. 엄마 혹은 아내가 끓인 찌개가 훨씬 군침 도는 경험을 ‘신데렐라’는 선사한다.
이 집밥이 한층 돋보이는 건 정성 들여 꾸민 식탁과 식기 덕이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 ‘에비에이터’ ‘영 빅토리아’로 미국 아카데미 의상상을 3번이나 받은 샌디 파월. 역시 ‘에비에이터’와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로 아카데미 미술상을 받은 단테 페레티. 두 의상·미술감독이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현실동화를 완벽하게 구현했다.
배우도 근사하다. 남녀 주인공은 국내에서도 방영된 영국, 미국 드라마로 친숙한 이들. 영드 ‘다운턴 애비’로 주목받은 릴리 제임스가 신데렐라를, 미드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리처드 매든이 왕자를 맡았다. 계모와 요정 대모는 완벽하다. 케이트 블란쳇과 헬레나 보넘 카터가 제대로 카리스마를 발휘했다. 블란쳇은 “우린 ‘햄릿’의 결말을 알아도 계속 연극을 보러 가고 싶어 한다. 좋은 영화는 관객이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멋진 배우는 말도 잘한다.
관객을 유혹하는 볼거리는 영화 바깥에도 존재한다. 본편 상영 전에 지난해 국내에서도 천만 관객을 동원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단편 ‘프로즌 피버(Frozen Fever)’를 선보인다. 전체 관람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