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의 사회탐구]‘돌직구쇼’에서 재발견한 신문의 가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8일 03시 00분


정성희 논설위원
정성희 논설위원
요즘 도전적이면서도 흥미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채널A의 아침 프로그램 ‘신문이야기―돌직구쇼’에 고정패널로 출연하고 있다. 처음엔 많이 망설였다. 신문쟁이가 카메라 앞에서 잘할 수 있을까, 논설위원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건 아닐까. 또 현실적 고민으로 50대 여자의 주름과 뱃살은 어찌 가릴 건가.

두 달이 지난 지금, 긴장은 여전하지만 생각보단 즐겁게 일한다. ‘돌직구쇼’는 MC와 패널들이 당일 조간신문의 주요 뉴스를 소개하고 쟁점에 대해 논평하는 토크쇼다. 비슷비슷한 포맷의 종합편성채널 프로들이 많지만 고정패널들이 출연하는 토크쇼 방식은 ‘돌직구쇼’가 원조다. 진보 보수신문 가리지 않고 공정하게 신문을 소개하는 것도 방송의 매력이다. 논평은 패널이 하지만 판단은 시청자의 몫이다.

뉴스-논평 결합은 세계적 추세

이런 시사토크쇼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궁금할 것 같아 소개하자면, 패널들은 오전 7시 이전에 도착해 그날의 주요 뉴스를 점검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 5시에 PD들과 작가들이 1차로 모여 신문을 꼼꼼히 읽고 방송 소재용 주요 뉴스의 선택이 끝난 직후다. 뉴스 가치와 중요도는 물론이고 시청자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흥미성, 전날 프로에서 나타난 시청자 반응까지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아이템을 선택한다. 아무리 주요 뉴스라 해도 시청률이 낮을 듯한 아이템을 빼는 것이 신문과는 다르다. 시청자 연령과 관심사를 고려해 교육, 외신, 용어가 어려운 과학 뉴스는 잘 다루지 않는다.

난데없이 프로그램 홍보를 하려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30년 동안 신문기사와 논평을 생산하는 일을 하며 살아온 필자가 방송이란 매체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과정에 참여하며 느낀 생각을 나누고 싶다. 신문 판매부수는 줄어들고 독자는 감소해 신문 위기론이 등장한 지 오래다. 국제적인 추세도 마찬가지여서 외국에서도 도산하는 신문사가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신문 경영의 위기일지언정 신문의 위기가 아니다.

신문 콘텐츠는 정보의 집합소이고 상상력의 원천이다. 신문이 없으면 ‘돌직구쇼’도 없다. 신문은 미래의 나침반이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지방신문 몇 년 치를 분석해 메가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신문은 지식의 보고다.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에서의 오류는 기본적 뉴스를 확인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었다. 독자가 신문을 외면하는 게 아니다. 디지털기기의 등장과 생활 패턴의 변화가 뉴스의 유통과 소비 방식만을 바꾸는 것이다. 독자의 입맛에 맞게 부응하는 건 우리 같은 뉴스 생산업자의 일이다.

신문,콘텐츠의 영원한 水源池

뉴스 소비와 관련해 또 하나의 큰 특징은 기사(News)와 논평(Views)의 결합이다. 방송 인터넷 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뉴스를 접할 수 있고 정보가 흘러넘치는 시대에 독자들은 단순한 뉴스가 아니라 그 뉴스가 의미하는 바를 알고 싶어 한다. 신문의 경우 기사와 오피니언을 분리해 배치한다. 하지만 방송에선 둘이 합쳐져 나온다. 미국에서 보수적 색채의 폭스 채널이 중립 보도를 지향하는 CNN을 물리쳤다. 여러 갈래의 해석이 가능하지만 뉴스와 논평의 결합이 소비자가 원하는 뉴스 소비 방식임을 보여준다.

어제(4월 7일)는 독립신문 창간을 기념해 제정된 제59회 신문의 날이었다. 신문기자가 방송도 하고 블로그도 운영하고 사진도 찍어야 하는 세상이지만 그럴수록 재발견하게 되는 것은 신문의 본질적 가치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채널a#신문이야기―돌직구쇼#신문#콘텐츠#존 나이스비트#지식의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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