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 박철민인데 짠하다?…‘초인’들과 맞선 영화 ‘약장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5일 16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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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박철민이 출연한 작품. 별 생각 없이 낄낄 웃으러 극장을 찾았다간 어안이 벙벙해진다. 영화 ‘약장수’는, 짠하다.

신용불량자 일범(김인권)은 인생이 고달프다. 대리운전에 일용직 노동자에 온갖 일을 전전하지만 뜻대로 풀리질 않는다. 게다가 몇 개월째 월세가 밀린 집안엔 병이 깊은 딸내미가 아빠만 바라보고 있으니. 결국 돌고 돌다 “어르신들 등쳐먹는” 건강생활용품 판매업 ‘떴다방’에까지 발을 들인다. 허나 거기라고 어디 돈이 쉽게 벌리나. 양심의 가책을 느껴 매사에 쭈뼛거리는 일범을 점장 철중(박철민)은 닦달하는데…. 검사 아들을 뒀는데도 외로이 홀로 사는 할머니 옥님(이주실)이 우연히 떴다방을 찾으며 둘은 인간적인 정을 느낀다.

‘약장수’가 선뵈는 23일은 하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개봉하는 날. 박철민은 “‘초인’들과 당당히 맞서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힘에 부쳐 보인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지만 더 낫다고도 말 못하겠다. 그래도 이 작품을 선택한 관객들. 분명 후회하진 않으리라. 엄지손가락 척.

‘약장수’는 솔직히 좀 어정쩡하다. 대박 웃기지도, 눈물이 쏟아지지도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동네 치킨가게’ 같은 영화랄까. 대기업 브랜드도 아니고 자리도 서너 테이블 밖에 없는. 평소 감흥 없이 지나치다 우연히 들렀는데 ‘싸고 푸짐하고 맛깔 난다.’ 어디서나 마셨던 생맥주 한 잔이 오늘 따라 짜릿하게 목젖을 파고드는 기분. 영화 ‘약장수’는 우리네 삶과 참 많이 닮았다.
뭣보다 웃길 거란 선입견이 컸던 김인권 박철민의 존재감이 크다. 주인공 김인권은 대부분 장면에서 그다지 감정변화가 크지 않다. 그래서인지 한번씩 터뜨릴 때마다 찌릿찌릿하다. 박철민은 쏟아내는 말마다 명언이다. “하루에 몇 시간씩 엄마한테 노래 불러주고 재롱 떨어주고. 세상에 그런 자식 어디 있어. (친자식은) 1년에 4시간도 못 놀아줄걸? 근데 우린 매일 하잖아.” “돈이 사람을 속이지, 사람이 사람을 속이는 거 아니다.” “(장사는) 목숨 걸고 팔아야 해. 자선 사업하러 나온 거 아니니까.”

‘약장수’는 운명이 기구하다. 너무 강한 ‘초인’들에 맞서 틈새를 노려야 하니. 영화 내용도 딱 그렇다. 다들 번화가 큰길에 눈이 홀렸을 때 그들은 뒤편 구석진 골목을 찾았다. 거기에도 사람이 산다며. 15세 이상 관람가.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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