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빈 교통사고·우희 수술로 미룬 컴백 1년3개월 공백 깨고 낸 ‘간절한 앨범’ 멤버 수빈 프로듀서로 전곡 작사·작곡 달샤벳의 음악성 재평가 이뤄졌으면…
배수진(背水陣·물을 등지고 진을 침). 이기지 못하면 모두 강에 빠져 죽는다는 각오로 싸움에 임한다는 의미다. 15일 8번째 미니앨범 ‘조커 이즈 얼라이브’를 발표한 달샤벳의 컴백일성인데, 걸그룹의 각오가 좀 무시무시하다. 아무리 아이돌 시장이 ‘전쟁터’라지만 죽기를 각오하고 싸운다니.
달샤벳은 그만큼 절박했다. 아이돌은 끊임없이 활동하며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하는 운명이라, 공백은 짧아야 한다. 달샤벳은 1년3개월을 쉬었다. 작년 5월 컴백을 목전에 두고 멤버 수빈이 교통사고를 당했고, 그로부터 5개월 후엔 다른 멤버 우희가 기흉수술을 받았다. 공백이 길어질수록 불안감도 커졌다. 2011년 데뷔해 순탄한 활동을 이어온 달샤벳이 처음으로 느낀 큰 위기였다. 음반발매 당일 쇼케이스에서 “잊혀지지 않을까 두려웠다”며 멤버들이 흘린 눈물은 그 불안했던 심정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이번 음반은 그래서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던”, “정말 중요한 시기”에 내는 “간절한 앨범”이다. 그 ‘간절한 앨범’은 수빈의 손에서 탄생됐다. 여러 유명 작곡가들에게 곡을 받다 수빈이 만든 노래가 소속사와 멤버들의 호감을 얻었고, 수빈이 프로듀서가 돼 타이틀곡 ‘조커’를 비롯해 ‘투 달링’ ‘홀려’ ‘아임 낫’ ‘오케이 보이’ 등 새 앨범에 수록된 5곡을 모두 만들게 됐다. 걸그룹 멤버가 작사, 작곡하는 경우는 많지만, 프로듀서가 되고 전곡을 작사·작곡한 건 달샤벳이 최초다.
“이제 5년차인데, 우리 손으로 직접 한번 해봐야하는 게 아닌가하는 마음이었다. 책임감이 무거워졌다지만, 우리 스스로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크다.”
자신으로 인해 달샤벳 활동이 미뤄졌다는 미안함에, “팀을 위한 일을 생각하다 곡을 쓰게 됐다”는 수빈은 “나 혼자 만든 게 아니라, 모든 멤버들이 바라던 바가 담겨진 앨범”이라고 했다. 수빈이 ‘조커’를 콘셉트로 곡을 만들었고, 멤버들은 이를 무대에서 잘 표현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고민했다.
“우리의 손때 묻은 앨범이라 말하고 싶다. 팬들이 기다리는 달샤벳의 모습과 앞으로 우리가 가져야할 음악성의 무게를 동시에 보여줄 작품이다.”
달샤벳은 이번 음반을 계기로 ‘음악성 있는 걸그룹’이라는 이미지를 주게 됐다. 실제로도 수빈의 이번 프로듀싱에 앞서 우희의 자작곡도 소개됐었고, 멤버들은 저마다 악기에도 능하다. 최근 공백기엔 과거 히트곡 ‘내 다리를 봐’를 어쿠스틱 버전으로 녹음해 온라인에 공개하기도 했다.
“이번 음반을 통해 달샤벳의 음악성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음악차트 순위도 중요하지만, 멤버 개개인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긴 준비 끝에 ‘조커’로 활동에 나선 달샤벳의 단 하나의 목표는 “후회 없는 활동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끝나지 않는 걸그룹 열전 속에 막강한 후배들에게 쫓기는 기분이 들 법도 하지만 이들은 “누구와 경쟁한다기보다 우리가 잘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금세 나타났다 사라지는 걸그룹도 많은데, 우리는 여전히 살아있다. 감사한 일이다”고 했다. 또 일부 아이돌 그룹이 5년차에 ‘큰일’을 겪는 일도 많은데, 자신들은 5년차에도 다시 돌아와 활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고 자부심도 생긴다”고 했다.
“꽃은 봄에도 피고 겨울에도 핀다. 꽃이 피는 계절은 다르다. 우린 아직 꽃을 못 피운 게 아니라, 꽃을 피울 계절이 오지 않았던 것이다. 달샤벳은 언제든 만개할 준비가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