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그맨 장동민과 유세윤, 유상무 등 이른바 ‘옹달샘’ 멤버들의 과거 여성비하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장동민은 삼풍백화점 참사 생존자를 모욕했다는 혐의로 피소되기도 했다. 연예인의 발언은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그 위상만큼이나 대중에게 예민하게 받아들여지기 마련이다. 세 개그맨은 사회적 물의에도 여전히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 과정이 썩 개운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1997년 오늘, MBC FM ‘정오의 희망곡’의 진행자 허수경(사진)이 연기자 안재욱에 대해 한 마디 했다. 안재욱은 MBC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로 일약 톱스타의 자리에 올라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그 직후 앨범 ‘포에버’를 내고 가수로 데뷔했다. 허수경은 이를 두고 “가창력은 좀 뒤지지만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음반을 냈다”고 말했다.
이에 안재욱의 팬들은 발끈했다. 특히 당시 많은 이들의 소통 공간으로 통했던 PC통신상에서는 허수경의 발언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물론 허수경을 비난하는 축이 많았다.
하지만 허수경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그 일주일 뒤 “방송하기 참 힘들다”며 자신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는 안재욱 팬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PC통신상 여론은 더욱 들끓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허수경이 이에 대해 사과했다는 글이 올랐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허수경은 “그런 일이 없다”면서 “더 이상 PC통신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당당히 말했다.
사실 허수경의 발언은 안재욱 팬들의 지적처럼 음악평론가로서 내놓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음악프로그램을 진행하는 DJ의 입장에서 나름 기준으로서 내놓을 수도 있는 말이었다. 물론 안재욱의 인기가 워낙 치솟은 상황에서 단지 그의 팬덤이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임은 당연했을지 모른다.
허수경의 인기도 만만치 않았다. 1989년 2월 MBC 전문MC 공개모집을 통해 방송에 데뷔한 허수경은 1995년 MBC가 1994년 한 해 연예인 출연료를 집계한 결과 1억5000만원을 받으며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큰 인기를 모았다. ‘아침 만들기’ ‘지구가족통신’ ‘선택 토요일이 좋다’ 등 TV프로그램과 FM ‘정오의 희망곡’ 등을 진행했지만 겹치기 출연 등으로 인한 과로 때문에 방송활동을 잠시 중단할 정도였다. 이듬해에는 MBC가 시청자 12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진행자로 꼽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