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고, 부수고, 터뜨린다.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음악으로 치면 귀청을 찢을 듯 폭주하는 헤비메탈이다.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차량 추격전, 묵직하게 가슴을 울리는 등장인물, 혼을 쏙 빼놓는 현란한 액션이 120분 내내 관객의 심장을 쥐어짠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1979년 1편이 나온 영화 ‘매드맥스’ 시리즈의 4번째 속편에 해당한다. 3편이 1985년에 개봉했으니 30년 만이다. ‘매드맥스’ 시리즈는 독특한 분위기에 실감나는 도로 액션을 바탕으로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며 SF 액션영화의 고전으로 등극했다. 덜어낼 것은 덜어내고 더할 것은 더한 이번 속편은 ‘살아있는 전설’을 이어갈 자격이 충분해 보인다.
● 없는 것: 물·브로큰힐·멜 깁슨
매드맥스 시리즈는 핵전쟁이나 기후변화 등으로 종말 위기에 처한 인류를 등장시키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멸망 이후) 세계관의 원조로 불린다. 매드맥스의 세계에서 이동수단을 움직일 석유는 곧 권력이다. 이번 편에서는 석유만큼이나 없는 자원이 또 있다. 바로 ‘아쿠아 콜라’라고 불리는 물이다. 지하수를 독점하고 있는 독재자 임모탄 조는 이를 화폐삼아 무기와 석유를 사들여 신적인 존재로 군림한다.
매드맥스 1~3편은 주름살 하나 없이 매끈한 신인이었던 멜 깁슨의 출세작이다. 이번 편에선 톰 하디가 주인공 맥스 역을 맡았다. 맥스는 아내와 아이를 잃은 뒤 황야를 방랑하며 오로지 죄책감과 생존본능만 남은 망가진 영웅. 그의 상징인 자동차 블랙 인터셉터와 가죽 재킷만은 업그레이드돼 다시 등장한다.
기존 시리즈의 배경은 호주의 오지 ‘브로큰힐’. 도로 하나만 가로지르는 광활한 황야는 영화 특유의 황폐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번 편의 배경은 아프리카 나미비아 사막이다. 차선도 없는 사막에서 차량 150여 대가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질주한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모래폭풍 속에서의 추격전은 나도 모르게 입안이 깔깔해지는 것 같은 명장면이다.
● 있는 것: 여전사·아날로그 액션·조지 밀러
영화는 임모탄이 지배하는 요새 ‘시타델’의 사령관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가 임모탄이 자식을 낳기 위해 노예로 삼은 여자들과 함께 시타델을 탈출하며 시작한다. 한쪽에 기계 팔을 장착한 채 거대한 ‘워리그’를 운전하는 그는 때론 강력한 카리스마를, 때론 절망적인 삶에 대한 회한을 내보인다. 머리를 삭발하고 기름때를 덕지덕지 묻힌 테론은 주인공이 맥스가 아니라 퓨리오사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여전사를 연기해낸다.
매드맥스의 창조주이자 1~3편의 연출을 맡았던 조지 밀러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밀러 감독은 이번에도 임모탄이 지배하는 시타델, 록 라이더 족이 사는 바위산, 가스 타운과 무기 농장 등 영화 한 편에 담아내기 힘들 정도의 거대한 세계를 30년 내공으로 창조해냈다.
밀러 감독은 많은 것을 바꾸고 더했지만 특유의 아날로그 액션만은 그대로 유지했다. 배우들은 달리는 차 위에 매달리고 뛰어내리는 대부분의 액션을 직접 소화했다. 시타델의 전사인 ‘워보이’들은 주요 배역인 눅스(니콜라스 홀트)만 빼고 대부분 직업 스턴트맨이 연기했다. 이들은 달리는 차 위에 꽂은 9m 장대를 이용해 이쪽 차에서 저쪽 차로 옮겨 타는 고난도 스턴트까지 선보인다.
하지만 가장 강렬하게 남는 것은 매드맥스 특유의 광기와 공허함이다. 일단 보시라. 가급적 아이맥스로. 극장에서 나올 때는 눅스의 대사처럼 “정말 끝내주는 날이군(What a lovely day)!”이라고 외치게 될 테니. 14일 개봉. 15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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