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유령도 SNS 익혀야? 동서양 공포영화 기술 진화를 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4일 11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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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유출된 자신의 수치스러운 동영상 때문에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자살한 10대 소녀 로라. 로라의 1주기가 되는 날, 친구들이 모인 인터넷 화상채팅 방에 죽은 로라의 아이디가 접속하고, 로라의 페이스북 계정은 별안간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각자 로라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지닌 친구들은 공포에 떤다.

유령도 바쁘다. 이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법까지 익혀야 한다. 7일 개봉한 영화 ‘언프렌디드: 친구삭제’ 얘기다. 늘 새로운 공포를 위해 당대의 신기술을 섭렵해온 동서양 유령들의 첨단 행보는 눈부실 정도. 귀신 붙은 SNS 시대를 맞아 ‘언프렌디드’의 선배격인 영화들을 되돌아 봤다.

● 1996년: ‘스크림’의 전화

“헬로, 시드니?”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소름끼치는 음성은 영화 ‘스크림’에서 공포의 핵심이었다. 여기서 전화는 친밀한 누군가가 너를 노리고 있으며,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도구였다. 가장 일상적인 것이 가장 무서울 수 있다는 교훈은 ‘언프렌디드’에도 이어져, 로라의 아이디 역시 능청스레 인사한다. 아니, 키보드를 친다. “안녕, 친구들?”

● 1998년: ‘링’의 TV와 비디오

하지만 발신번호 표시, 번호추적 기술과 함께 ‘스크림’ 속 고스트페이스의 목소리는 힘을 잃었다. 대신 영화 ‘링’의 사다코는 목이 꺾인 채 TV에서 기어 나오는 ‘비주얼 쇼크’로 단숨에 공포영화 슈퍼스타 자리에 등극했다. 영화는 집집마다 있던 TV와 비디오 테이프를 공포의 매개체로 이용했다. 흐릿한 비디오 화면이 주던 공포감은 ‘언프렌디드’에서 버퍼링 때문에 기괴하게 깨지는 화면이 주는 공포감으로 디지털화했다.

● 1999년: ‘블레어 윗치’의 캠코더

동양에서 사다코가 DVD 시대의 도래를 예감하지 못한 채 활약하고 있을 무렵 서양귀신은 발 빠르게 캠코더에 눈을 돌렸다. ‘블레어 윗치’(1999년)는 페이크 다큐 형식의 공포영화 붐을 이끈 영화로, ‘언프렌디드’의 직속 선배 쯤 된다. 등장인물이 직접 촬영한 영상을 이용해 마치 실제 있었던 일인 것처럼 착각하도록 만드는 방식은 ‘언프렌디드’에서도 재활용됐는데, 캠코더 대신 웹캠을 사용했다.

● 2003년: ‘착신아리’의 휴대전화

2000년대에 접어들며 유령들은 본격적으로 휴대전화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폰’(2002년)은 정체불명의 번호에서 걸려오는 전화로, ‘착신아리’는 문자메시지로 공포를 전염시켰다. 특히 ‘착신아리’는 휴대전화 주소록 연락처에 무작위로 문자메시지가 전송된다는 설정으로 유령이 해킹도 하는 시대를 예고했다. ‘언프렌디드’의 등장인물들이 채팅방에 강제 접속한 로라를 쫓아내지 못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21세기 유령은 누구보다 뛰어난 해커다.

● 2012년: ‘미확인 동영상’의 인터넷

인터넷 강국답게 인터넷 친화도는 한국 귀신이 으뜸이다. ‘미확인 동영상: 절대클릭금지’(2012년)는 인터넷에 떠도는 저주받은 동영상을 본 사람들이 죽임을 당한다는 줄거리다. 동영상 때문에 시작된 온라인 왕따와 악성 댓글이 결국 귀신의 저주로 이어진다는 설정은 ‘언프렌디드’와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 그러니 동서양 공통의 교훈은 다음과 같다.
온라인에서나 오프라인에서나 언행일치, 착하게 살자.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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