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심의, 한국드라마 제작환경까지 쥐락펴락?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8일 03시 00분


중국 포털 써우후가 한국과 동시에 방영하려다 무산된 KBS 금토드라마 ‘프로듀사’(위 사진). KBS 금요 드라마 ‘오렌지 마말레이드’도 중국 LeTV가 제작비 전액을 댈 예정이었으나 심의 문제로 무산될 위기다. KBS TV 화면 캡처
중국 포털 써우후가 한국과 동시에 방영하려다 무산된 KBS 금토드라마 ‘프로듀사’(위 사진). KBS 금요 드라마 ‘오렌지 마말레이드’도 중국 LeTV가 제작비 전액을 댈 예정이었으나 심의 문제로 무산될 위기다. KBS TV 화면 캡처
중국의 방송 심의가 최근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15일 첫 회가 방영된 KBS ‘프로듀사’는 당초 중국 써우후(搜狐)가 한국과 동시 방영을 추진했지만 중국 내 미디어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의 심의가 예상보다 늦어져 같은 날 중국 방영이 무산됐다. KBS 관계자는 “써우후는 1, 2회라도 먼저 심의를 받고 15일 한국 첫 방영에 맞춰 차례로 공개하고자 했지만 중국 당국이 동시 방영에 제동을 많이 걸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써우후는 이 드라마에 회당 20만 달러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해 화제를 모았다.

중국과 한국의 동시 방영 여부가 중요한 것은 중국 내 불법 다운로드 탓이다. 한국 방영 뒤 중국 인터넷 사이트 공개 시간이 늦어질수록 불법 다운로드로 드라마를 보는 중국 누리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광전총국이 올해부터 인터넷으로 방영되는 해외 드라마도 심의를 받아야 방영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방영권료가 크게 떨어졌다. 심의에 시간이 걸리는 시간만큼 방영이 늦어지는 탓이다. 지난해 말 SBS 드라마 ‘피노키오’는 중국 동영상 사이트에 회당 28만 달러(약 3억 원)에 팔렸지만 올 상반기 방송된 ‘하이드 지킬, 나’는 현빈이 주연을 맡았지만 회당 10만 달러에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동영상 업체들은 방영권 구매가 아닌 제작비 투자 형식을 통해 ‘해외에서 자체 제작한 중국 드라마’라는 논리로 해외 드라마에 가해지는 각종 규제를 피하려고 했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KBS 금요 드라마 ‘오렌지 마말레이드’는 당초 중국 동영상 업체 LeTV가 제작비를 100% 투자할 방침이었지만 무산될 위기에 빠져 있다. KBS 관계자는 “LeTV는 대본과 시놉시스만 심의를 받으면 될 것으로 봤는데 완성된 테이프까지 광전총국이 심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LeTV가 투자를 ‘홀드’(멈춤)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드라마는 LeTV가 주춤하면서 현재 KBS가 제작비를 대고 있다.

네이버 ‘라인’과 SM엔터테인먼트 등이 제작한 웹드라마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도 최근 중국 내 상황이 바뀌어 방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드라마 업계 관계자는 “이 드라마는 지난달 중국 동영상 업체가 한국과 동시 방영했다가 광전총국이 ‘심의를 받은 뒤 방영해야 한다’며 문제를 삼아 방영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KBS 방영 예정인 ‘태양의 후예’는 중국과 동시 방영하기 위해 아예 사전 제작 형식을 택했다. 김은숙 작가가 집필하고 송혜교 송중기 등이 출연하는 이 드라마도 중국 동영상 업체에 이미 판매됐다. 함영훈 ‘태양의 후예’ CP는 “중국 당국의 심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사전 제작 방식을 택했다”며 “협찬이나 간접광고 상품 유치에 어려움이 있지만 중국이라는 큰 시장에서 동시 방영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중국#방송 심의#한국 드라마#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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