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 ‘복면가왕’ ‘불후의…’ 인기 목소리와 가사가 주는 새로운 감동 무명 문명진·황치열 등 드디어 햇살
MBC ‘나는 가수다’(나가수)와 ‘복면가왕’, KBS 2TV ‘불후의 명곡’ 등 노래 경연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가창력의 중요성과 음악이 주는 감동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소리와 화려한 비트의 리듬, 춤과 의상 등 외양으로 치장한 음악이 대세를 이루면서 ‘목소리 연주자’인 보컬리스트의 비중이 줄어든 시대. 그러나 이 프로그램들은 ‘가창의 시대’를 활짝 열고 보컬리스트들에게 봄을 선사하고 있다.
● 아름다운 감동의 이름, 보컬리스트
사람의 목소리를 흔히 ‘신이 내린 가장 아름다운 악기’라고 한다. 호소력 있는 목소리의 노래는 소름 돋는 감동을 주고, 감정이입이 절정에 이르면 눈물도 흘리게 한다. 결국 ‘감동’이란 가치로 음악에 접근한다면, 가장 중요한 요소도 바로 목소리다.
2011년 시작한 ‘나가수’를 비롯해 KBS 2TV ‘불후의 명곡’, 엠넷 ‘보이스 코리아’, 현재 방송중인 ‘복면가왕’ 등 경연프로그램은 대중의 ‘귀’를 열어줬다. 부재료의 향취와 양념의 맛이 강해 주 재료의 맛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정체 모를 요리와 같은 음악을 듣던 대중은 멜로디와 목소리에 새로운 감동을 받고 있다. 엠넷 ‘슈퍼스타K’ 등 오디션 프로그램이 주목받았던 것도 결국 ‘노래 잘 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 덕분이다.
이와 함께 보컬리스트들은 대중이 음악에 대해 새로운 눈을 갖게 하면서 목소리와 서정적인 노랫말을 새겨듣는 ‘감상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박효신, 나얼, 버스커버스커 등 음악이 꾸준히 사랑받는 것도 그 덕분이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가수가 표현하는 색깔을 느끼며 음악을 집중해서 듣는다는 건 노래 그 자체의 깊은 맛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면서 “본질적으로 ‘듣는 것’이 아닌 ‘보는 것’으로 음악을 소비해온 만큼 보컬리스트들 덕에 음악이 그 본질을 찾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 노래 본질의 전달자, 보컬리스트
대중음악에서 노래는 기본적으로 가사를 포함한다. 서정을 자극하는 노래에서 노랫말은 한 편의 드라마를 떠올리게 한다. 스토리텔링의 가사가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만나면 감동은 더 커진다. 결국 보컬리스트는 따뜻한 멜로디와 공감의 노랫말을 전하는 사람이다. 또 그 호소력에 대중은 마음을 움직인다. 이문세, 이승철, 신승훈 등이 오래 활동할 수 있는 것도 보컬의 힘이다,
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학과 이두헌 교수는 “사람의 목소리는 제각각 다르다. 모창을 하더라도 색깔과 무늬까지 따라하지 못한다. 보컬리스트의 생명력도 그 색깔에서 나온다. 노래 잘 하는 가수가 부르면 드라마가 더 강해지고 가슴에 더 오래 남는다”고 평가했다.
● 새로운 보컬리스트의 역할, ‘가창의 시대’의 핵심
새로운 스타도 탄생하고 있다. 임재범이 이미 ‘나가수’를 통해 재기에 성공했고, 박정현, 김연우 등이 더욱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면서 ‘스테디셀러’로 입지를 다졌다. ‘불후의 명곡’을 통해 문명진, 황치열은 오랜 무명의 설움을 털어냈다. 많은 현역 ‘아이돌’도 그 수식어가 어색해지는 때가 되면 god 김태우, 핑클 옥주현과 같은 보컬리스트를 꿈꾼다.
하지만 음악을 위한 여러 장치가 발달하는 상황에서 보컬리스트들은 언제 또 다시 입지를 위협받게 될지 모른다. 김형석 작곡가는 “요즘 음악은 멜로디와 목소리뿐 아니라, 춤과 의상을 포함한 ‘콘셉트’를 입혀 종합선물세트처럼 만들어진다. 당연히 보컬의 포지션이 작아질 수밖에 없고, 노래는 그 본질과 장점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복면가왕’의 예를 들며 “뛰어난 아이돌의 실력과 재능이 더 돋보일 수 있도록 음반제작자나 프로듀서들이 제대로 역할해야 한다. 그래야 대중도 음악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면서 “음악소비에 수동적인 대중에게 진정성에 무게를 둔 음악으로 다가가려는 공급자의 깊은 고민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