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연기에 만족 모르는, 난 욕심 많은 배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1일 03시 00분


칸 ‘주목할 만한 시선’ 진출… 영화 ‘무뢰한’ 주연 전도연

20일 오후에 만난 전도연은 “시나리오를 읽고 감정이 동요되는 작품을 선택한다”며 “멜로 연기를 많이 해왔고 가장 잘 맞는 장르라고 생각하는데 ‘무뢰한’도 내 감정을 움직인 사랑 이야기”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20일 오후에 만난 전도연은 “시나리오를 읽고 감정이 동요되는 작품을 선택한다”며 “멜로 연기를 많이 해왔고 가장 잘 맞는 장르라고 생각하는데 ‘무뢰한’도 내 감정을 움직인 사랑 이야기”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살인자의 애인인 술집 여자와 살인자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된 형사. 형사는 신분을 숨기고 여자에게 접근하지만 조금씩 끌린다. 여자 역시 남자가 의심스럽지만 고단한 삶에 등장한 남자에게 흔들린다.

영화 ‘무뢰한’(27일 개봉·18세 이상)은 누아르와 멜로라는 두 장르를 결합해 의외성을 만들어 내는 작품이다. 그 의외성의 중심에는 술집 여자 혜경 역을 연기한 전도연(42)이 있다. 그는 ‘남자들만의 세계’에서 때로 눈을 치뜬 채 소리를 지르고, 때론 애처롭게 속삭이며 존재감을 빛낸다. 이 영화는 제68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진출했다. 지난 주말 칸에 다녀온 그를 20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벌써 네 번째 칸에 다녀온 ‘칸의 여왕’이다.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 자체는 부담스럽지만 막상 칸에 가보면 전도연이라는 배우를 이미 정점에 다다른 배우가 아니라 앞으로 뭘 할지 기대가 되는 배우로 생각하는 거 같다. 그래서 감사하는 마음이 크다.”

―하반기 개봉 예정인 ‘협녀’ ‘남과 여’의 출연을 먼저 결정한 뒤 ‘무뢰한’을 택했다.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나.

“누아르 속의 멜로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누아르에서 여성 캐릭터는 남자가 보고 싶어 하는, 대상화된 모습으로만 그려진다. 그런 여자가 그 속에서 어떻게 부딪히고 살아가는지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컸다. ‘대상화된 혜경은 매력적이지 않다, 그렇게 만들지 말아 달라’고 감독님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형사 재곤 역에 이정재가 캐스팅됐다가 부상으로 하차하고 김남길로 바뀌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무뢰한’은 늪 같다. 감정선이 버겁기도 해서 하차 핑계로 빠질까 생각도 했다. 그런데 오승욱 감독님이 너무 촉촉한 눈망울로 저를 바라보셔서….(웃음) 김남길 씨는 빼어난 외모 때문에 무게 잡는 스타일일 줄 알았는데 애교도 많고 털털했다. 촬영장에서 ‘바보 형’이라고 불렸을 정도니까. 매일 ‘추리닝’ 입고 오고…. 그런 배우가 연기했기 때문에 재곤 속에 아이 같으면서도 위험한 남자이기도 한 다양한 모습이 보였던 것 같다.”

―강남 ‘텐프로’ 출신 여자답게 의상이 화려하고 빨간 매니큐어 같은 붉은색 소품이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혜경은 평생 남자들의 노리개로 살아왔고 빚더미에 올라앉은 처절한 캐릭터지만 동시에 도발적이고 자존심이 센 여자다. 의상이나 메이크업이 그런 혜경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해 신경을 많이 썼다.”

―감독에게 자신을 맞추는 편이었다고 들었는데 달라진 것 같다.


“데뷔 초엔 내가 감독님이 원하는 연기를 하면 ‘참 잘했어요’ 도장 찍어 주는 걸로 생각했다. ‘해피엔드’(1999년)에서 감독님과 소통하는 법을 알았고 ‘밀양’(2007년)에선 감독님도 모를 수 있구나, 찍으면서 답을 찾아가는 거구나 깨달았다. 이젠 감독이 만든 뼈대에 살을 붙이는 건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집요해지고 치열해진다.”

―욕심이 많은 것 같다. 완벽주의자인가.

“욕심 많다. 연기에서 만족이라는 건 없다. 남들이 최고라고 얘기해도 본인 눈에는 부족한 게 보여 더, 더, 더 몰아붙이게 된다. 완벽주의자 맞는데, 좀 허점이 많은 완벽주의자다.”

―1990년 CF로 데뷔해 데뷔 25년 차다. 줄곧 톱 여배우의 자리를 지켜왔다.

(한참 웃다가) “그렇게 오래된 줄 몰랐다. 뭔가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잘하고 싶어서 계속하는 것 같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전도연#무뢰한#칸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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