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찬의 SNS 민심]유승준의 상처뿐인 고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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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전두환이 회고록을 쓴다, 유승준이 심경고백을 한다. 도대체 얼마나 우리가 만만한 건지. 암담한 비정상의 시대다.”

@bozz****님이 19일 오후에 올린 이 트윗은 무려 2000회 넘게 리트윗됐다. 아프리카TV에 공개된 유승준의 사과 인터뷰에 대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일부 동정 여론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스티브유님. 지금이라도 군 입대를 하겠다고요? 그대는 여전히 심각할 정도로 대한민국을 우습게 아는 교만한 사람입니다. 외국인 한 명을 위해 오천만에게 적용되는 대한민국 법을 고치거나 법을 위반하라고 하는 것이니까요”라는 글을 올려 4289회라는 폭발적인 ‘좋아요’를 기록했다. 긍정, 부정 여론을 살펴볼 수 있는 심리 연관어를 보면 만만하다, 암담하다, 비정상, 불쌍하다, 분노 등이 상위권에 올라 부정적인 여론의 흐름을 보여주었고 부정어 분포가 56.2%로 긍정어 분포 19.1%를 압도했다.

유승준의 고백은 국민의 동정심을 자극하기 위한 준비된 이벤트였으나 오히려 커다란 역풍에 휩싸였다. @_gg**님이 올린 “개인적으로는 유승준을 좀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병역의무가 38세까지만 있어서 39세가 된 올해 돌아올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니∼ 아 내가 헛생각했구나 싶음∼”이라는 트윗은 유승준을 기억하고 호감을 갖고 있던 사람들까지 마음이 돌아섰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3rd_****님은 “유승준이 나쁜 이유, -TV에서 군대 간다고 호언장담함, -병무청에서 군대 가기 전 일본 콘서트 허락해줌, -일본 콘서트 끝나고 미국으로 도주, -현역도 아닌 4급 공익으로 갈 예정이었음, -유승준 도주 후 병무청 관련자 대부분 짤림”이라고 정리해 이른바 ‘기승전유’의 트윗을 보여주었다. 과거 아름다운 청년으로 불리기도 했던 유승준은 이번 방송으로 인해 위험한 외국인 스티브 유 이미지를 강화시켰다.

지난 1주일 동안(5월 13∼20일) 트위터와 블로그, 뉴스에서 유승준을 언급한 문서는 모두 3만1699건이 검색됐다. 방송이 공개된 19일 밤에 1만1901건을 기록했고, 20일에도 1만3394건을 기록해 이슈의 강한 휘발성을 보여줬다. 이 가운데는 전두환 추징금 TF 총괄팀장을 맡고 있는 유승준 전 대검 집행과장의 이름도 일부 포함되었다. 유승준 인물 연관어 2위에 전두환이 오른 것은 회고록과 관련해 유승준과 비교된 측면이 강하지만 추징금과 관련한 이야기가 함께 회자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인물 연관어 1위는 이재명).

유승준과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1위는 군대가 차지했다(5149건). 정치인이나 연예인이나 한국에서 병역기피는 씻기 어려운 주홍글씨인 셈이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잊히거나 용서되지 않는 대표적인 이슈다. 병무청이 4위에(3817건), 병역이 6위에(3060건) 이름을 올렸다. 전체 연관어 2위는 입국이 차지해(4580건) 유승준의 방송이 한국 입국을 허락해 달라는 호소였음을 전했고 3위엔 심경고백이 올랐다(4203건). 이 밖에 미국, 입국금지, 국적, 이재명, 시민권 등이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유승준은 잘나가던 시절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연예인이라서 군대를 기피하는 건 보기 싫다. 나는 해병대에 자원 입대할 것” 등의 발언을 해 국방부가 2000년 유승준을 홍보대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또 입영통지자인 유승준에게 ‘한류 특별비자’를 내주어 2002년 일본공연을 위한 출국을 허가했다. 당시 유승준은 “해외 공연 후 돌아오겠다”는 자필각서까지 쓴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에겐 괘씸죄까지 남아 있는 셈이다.

“지금이라도 군대에 간 뒤 한국으로 귀화하고 싶다”는 13년 만의 고백은 일단 불발로 끝난 것으로 보인다. 김용두 병무청 부대변인은 20일 한 매체를 통해 “입국금지를 해제할 가능성은 0.0001%도 없다”고 했다. 단호한 메시지다.

눈물의 가치는 진정성에 비례한다. 유승준의 사과는 진심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진정성을 읽을 만한 대목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 한국의 청춘들은 왕년의 아이돌 스타가 흘린 눈물에 넘어갈 만큼 그렇게 여유롭지도 않다. 최소한의 공감이라도 얻으려면 자신을 과감히 비우고 버려야 한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유승준#심경고백#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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