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경, 중국서 가수로 다시 일어서다

가수 박혜경이 중국 현지화를 선언했다. 5월30일(한국시간) 중국 베이징 산리툰의 한 카페에서 쇼케이스를 연 박혜경이 현지 팬들과 어우러지며 뜨거운 무대를 꾸미고 있다. 사진제공｜C-컴퍼니

■ 뜻깊었던 중국 쇼케이스 현장

지난해 듀엣곡 ‘웨이아이즈더마’ 큰 인기
성대결절 위기 때 희망 얻은 현지 카페서
중국어 싱글 ‘안녕’ 발표…감회 젖은 무대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5월30일 오후, 중국 베이징 산리툰의 한 카페. 3.3m² 남짓한, 화려한 조명 등 무대장치 하나 없는 작은 단상에 가수 박혜경이 올랐다. 손님들은 물론 밖을 지나던 행인들까지 관심을 보이며 하나둘 객석에 앉기 시작했다. 손을 내밀면 박혜경과 닿을 만한 거리였다.

박혜경의 중국어 싱글 ‘안녕’ 발표 쇼케이스 현장이다. 누가 봐도 작고 초라해 현지 스태프까지 “절대 안 된다”고 만류한 공간을, 박혜경은 “밝은 곳에서 관객과 눈을 맞추며 공연하고 싶다”는 고집으로 마련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차를 마시면서 노래를 듣고 분위기에 취했으면 좋겠다”면서 “지나가던 행인들도 ‘노래가 좋은데, 누구지?’라고 관심을 가져준다면 바람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경은 지난해 12월 록가수 친융과 듀엣곡 ‘웨이아이즈더마’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중국 활동을 시작했다. ‘그대 안의 블루’를 번안한 곡으로, 비슷한 시기 제14회 화정 글로벌 뮤직어워드에서 엑소, 마이클 볼튼 등과 함께 해외아티스트상을 받았다.

한·중·일 혼성그룹 잼의 멤버 원흥과 ‘웨이아이즈더마’를 함께 부르며 쇼케이스를 시작한 그는 히트곡 ‘레몬트리’ ‘고백’ ‘너에게 주고 싶은 세 가지’ ‘주문을 걸어’ ‘안녕’ 등을 부르며 객석으로 다가갔다. 박혜경은 “마치 남자친구와 첫 데이트를 기다리는 설레는 마음이다”며 “함께 즐기자”고 말했다. 손님과 관객은 어깨를 들썩이고 박수를 치며 그와 눈을 맞췄고, 카페 밖 사람들은 이를 휴대전화에 담기 바빴다. 조명이나 음향 등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 특유의 파워풀한 목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운 가운데 축구스타 하대성·박성(베이징 궈안)과 SBS 예능프로그램 ‘룸메이트’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궁린치 등도 축하를 건넸다.

박혜경이 이 같은 공간을 선택한 것은 “특별한 의미” 때문이다. 그는 몇 해 전 성대결절로 가수로서 최고의 위기 속에서 일에 대한 회의를 느끼며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가수의 생명을 자칫 앗아갈 수도 있을 수술을 고민하다 무작정 떠나온 곳이 바로 산리툰이었다. 그리고 “이 카페에서 중국 스타 장쯔이의 스타일리스트를 우연히 만났다”. 박혜경은 “한국음악을 좋아했다”면서 “특히 내 노래를 휴대전화에 넣어 듣고 다닌다고 하더라. 그때 복잡한 생각과 마음이 정리됐다”면서 귀국해 수술을 받았다.

“4년 동안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힘들 때마다 이 곳을 찾아 위안을 받았고 희망을 얻었다”면서 잠시 울먹였지만 이내 활기를 되찾은 박혜경은 테이블과 의자 위에 올라 관객과 2시간을 즐겼다. 그리고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가수로서 조만간 7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다.

베이징(중국)｜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