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예능프그램과 드라마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콘텐츠의 질적 우수함을 인정받으면서 거대 자본을 내세운 현지의 한국 제작진 ‘모셔가기’가 활발하다. 하지만 마냥 핑크빛 미래의 출발점으로만 볼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중국행을 택한 이들은 SBS ‘별에서 온 그대’ 장태유, ‘닥터이방인’ 진혁 PD와 MBC ‘일밤’ ‘나는 가수다’ 김영희, ‘라디오스타’ 이병혁, ‘무한도전’ 김남호 PD 등 주로 지상파 방송사 출신 연출자들이다. 대부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천정부지로 치솟은 몸값을 받고 중국에 진출한 이들의 행보에 한국은 물론 중국측의 기대도 크다.
하지만 적지 않은 관계자들은 “짧게는 1∼2년, 길어도 5년 안에 한국 제작진에 대한 중국 측의 ‘극진한 대우’는 달라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는다. 이는 국내 콘텐츠 제작인력의 현지 진출은 자본과 인적 자본이 풍부하고 모방에 능한 중국이 한국의 제작 노하우를 얻기 위한 필요성에 따른 것이라는 인식에서 나온다. 향후 중국이 자체적으로 우수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단계가 오면 한국의 상품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한 지상파 방송사의 예능국 고위 관계자는 “기업의 중요 정보를 USB에 넣어 중국으로 가는 것인데 위험해 보인다. 중국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지 여부를 더욱 세밀히 살펴봐야 그 배를 너무 일찍 가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인력 수출의 통로를 체계화하고 좀 더 전략적으로 중국과 접촉해야 하는데도 당장 눈앞의 이익만 보고 뛰어드는 판국이라는 것이다. 또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한 예능프로그램 연출자는 “PD들의 중국행은 각박한 국내 제작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욕구의 측면도 있다”면서 “대중문화 콘텐츠가 갈수록 빠른 속도로 소비되면서 높은 대우 속에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중국을 대안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