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멤버들도 음악 스타일도 ‘외길 인생’ 마니아 성향 하드록이라 대중성 떨어지지만 정체성 지켜가며 오랫동안 음악하는 게 꿈
“예전엔 록스타를 꿈 꿨는데 이제는 ‘좋은 음악 하는 밴드’로 롱런하는 게 꿈이다.”
록그룹 피아가 최근 6집 ‘피아’를 발표했다. 4년 만의 정규앨범이다. 2001년 3월 1집을 내고, 올해 데뷔 14주년이니, 2.3년(28개월)에 한 장씩 정규앨범을 낸 셈이다. 중간 중간 싱글을 낸 것도 감안하면 피아는 쉬지 않고 꾸준히 음반을 발표했다.
세상은 이들을 크게 주목하지 않을지라도, 피아는 나름 의미 있는 길을 걸어왔다. 15년째 멤버 변화가 없고, 음악적 변화도 없었다. 브릿팝이나 모던록 같은 말랑한 음악이 아니라, 샤우팅 창법의 거친 보컬과 강렬한 금속성의 사운드가 뒤섞인 하드록에 대한 우리 대중의 거부감을 감안하면, 이들의 결속력과 생명력은 엄청나다. 2000년대 초중반 많은 밴드들이 활동했지만, 살아남은 자들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도 피아의 가치는 크다.
“싱글 한두 장은 시류에 따라 부드러운 음악을 내보기도 했는데, ‘그냥 하던 거 하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때 라디오에서 많이 틀어줘서 기분은 좋았지만, 피아 스타일은 아니었다. 큰 틀에서 우리 음악성을 바꾸지 않고 일관된 음악을 할 것이다.”
멤버들은 이 같은 꾸준함을 “멤버들끼리 안 싸워서 그런 것 같다”고 분석한다.
“작업하면서는 음악적 이견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싸우기도 한다. 그러나 서로서로 많이 양보한다. 오래된 사이들이라 그냥 잘 넘어간다.”
결국 멤버 간 이해와 양보, 타협과 절충이 롱런의 비결이다. 그러나 피아가 대중성보다는 마니아 성향의 하드록 음악을 추구하다보니 대중 속으로 깊이 들어가지 못했다. 그만큼 대중인지도도 높지 않다.
“요즘 드는 생각은, 아이러니하지만, 많이 안 싸워서 우리 인지도가 많이 안 오르는 게 아닌가 싶다. 많이 싸울 걸 그랬다. 하하.”
하지만 이들이 15년간 서로 부대끼면서 케미스트리는 최고조가 됐고, 이번 6집을 큰 만족과 기대 속에 낼 수 있었다.
“4년 만의 정규앨범이라 더 집중했고, 미국 친구에게 믹싱을 맡겨 입체감 있는 소리를 만들어냈다. 1년간 음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번 앨범은 잘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고, 녹음된 음악을 모니터하면서 ‘알찬 느낌’이 들어 만족했다.”
실제 성적도 좋았다. 6집 타이틀곡 ‘백색의 샤’는 인디음반 전문차트 ‘K-인디차트‘에서 3주 연속 1위에 올랐다.
“그동안 해오던 음악의 발전적 연장선상이라 말하고 싶다. 사운드는 역대 최고로 만족할 만큼 잘 나왔다. 음악이 세면서 세련돼졌다고 할까. 드럼라인도 복잡하게 구성돼 있고, 보컬라인도 따라 부르기 어렵지만 멜로디가 잘 들릴 것이다. ‘오래되다보니 감각이 떨어진다’는 소리 듣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의 유난한 자신감은, 신인시절 자신들을 이끌어준 서태지 이야기에서 두드러진다. 피아는 서태지가 만든 인디 레이블을 통해 데뷔했고, 8월 열리는 ‘2015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서태지와 함께 출연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서태지 형님의 반응이 궁금하다. 그동안 우리가 전혀 생각지 못한 포인트를 지적해주셨는데, 이번에 어떻게 평가해주실지 궁금하다.”
데뷔 후 하드록으로 일관된 음악을 해온 피아는 앞으로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면서 오랫동안 음악을 하고 싶다고 한다.
“‘굵고 긴’ 활동을 원하지만, 안 되면 ‘가늘고 길게라도’ 하고 싶다.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거니까. 얼마 전 스콜피온스 50주년 음반을 들어봤는데 음악이 참 좋더라. 우리도 그들처럼 50년을 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