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가 적극적으로 현실을 담아내고 있다. 현실과 전혀 동떨어질 수 없는 대중매체로서 책무를 감당해내는 셈이다.
특히 권력으로부터 소외당하는 시민들의 이야기나 분단의 아픔을 전면에 내세운 이야기가 관객의 호응 속에 극장가를 찾고 있다. ‘극비수사’와 24일 개봉하는 ‘소수의견’과 ‘연평해전’이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관객을 만났거나 만날 예정이다.
김윤석과 유해진이 주연한 ‘극비수사’(감독 곽경택·제작 제이콘컴퍼니)는 1978년 실제 여아 유괴사건으로 힘을 합친 형사와 점쟁이의 이야기. 하지만 사건 해결 이후의 상황도 담아낸다. 특히 공권력의 보신주의를 비판하며 그로 인해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소시민의 아픔을 대비하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18일 개봉한 영화는 첫 주말을 넘기며 100만 관객을 동원했다. 김윤석은 “권력에 밀려나 겪는 부당한 처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짚었다.
‘소수의견’(제작 하리마오픽쳐스)과 ‘연평해전’(제작 로제타시네마)의 선택은 더욱 적극적이다. 두 편 모두 권력이나 이념에 ‘희생’ 당한 이들의 모습을 휴머니즘 짙은 이야기로 비춘다.
‘소수의견’은 견고한 국가권력에 맞서 ‘100원 배상 소송’에 뛰어든 국선변호사의 이야기. 현실의 사건과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진한 서술로 관객의 마음을 파고든다. 원작소설을 쓴 손아람 작가는 “이 이야기를 오랫동안 잊지 말아 달라”고 관객에게 호소하며 영화가 곧 현실이란 점을 강조했다. 영화의 모티프가 된 2009년 용산참사의 희생자 유가족도 참여한 시사회에서 연출자 김성제 감독은 실화가 남긴 상처를 영화화하는 과정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보였다.
‘연평해전’은 분단의 비극이 현재진행형임을 다시 일깨운다. 2002 한일 월드컵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서해상에서 일어난 북한군과의 교전과 그로 인한 상처와 아픔을 전면적으로 다룬다. 6명의 장병이 전사한 실화인 영화는 개봉을 전후한 상황에 대한 정치적 해석의 시각을 낳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연출자 김학순 감독은 “해석은 관객의 몫”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