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궈진 프라이팬에 삼겹살을 올리자 지글지글 기름이 끓었다. 정말 이래도 될까. 잠시 망설였지만 ‘백주부’를 믿어보기로 했다. 미리 무를 넣어 오래 끓여놓은 된장 베이스를 프라이팬에 들이부었다. 삼겹살 기름이라니…. 보기만 해도 느끼하다. 오래 묵은 시골 된장인지라 백주부의 레시피대로 설탕 반 숟가락 투하. 먹어보니, ‘아, 맛있다’. 설탕 덕인지 정말 텁텁함이 잡혔다. 그리고 자극적이다. 밖에서 사먹는 것 같은 맛이 난다.”
기자가 ‘집밥 백선생’(tvN)에서 요리 연구가 백종원이 소개한 요리법을 따라 ‘삼겹살 된장찌개’를 끓여봤다. 최근 블로그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백종원 표 요리를 따라 해봤다는 게시물이 넘친다. 대세는 ‘백주부’ 백종원이다. ‘집밥 백선생’의 시청률은 6.4%(1일·닐슨코리아 유료방송시청가구 기준). 3주 연속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백종원은 ‘한식대첩’(올리브TV)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하더니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MBC)에서 대박이 났다. 김구라 이은결 등 다른 출연자들보다 그에 대한 시청자 반응이 가장 뜨겁다.
그러나 설탕과 양념을 비교적 많이 사용하는 그의 요리법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을 중시하는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백종원이 보여주는 음식은 모두 외식 레시피를 따른 것”이라며 “(먹을 만하지만) 맛있는 음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백종원의 요리법은 건강과는 ‘별로 안 친해’ 보인다. ‘마리텔’ 2회에서 그는 빵에 땅콩버터, 바나나, 하얀 초콜릿, 모차렐라 치즈를 올린 뒤 버터를 듬뿍 사용해 ‘칼로리 폭탄 토스트’를 굽는다. 그는 태연하게 “급하게 살이 쪄야 하는 분들은 이걸 먹으면 된다”고 말했다.
또 “설탕 안 넣어서 맛없는 것보다 낫다”며 비빔국수 양념장에 설탕을 쏟아 붓는다. 시청자들은 ‘진격의 설탕’이라며 환호한다. 조미료 사용도 종종 권장한다. 김은영 문화평론가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정신적으로 허기진 대중들이 ‘금기를 깨는’ 요리법에 열광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 하기 쉽다는 게 백종원 요리법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는 ‘물 ○○○mL’가 아니라 “물은 참치 넣은 뒤 빈 참치캔 양으로 2번 넣으면 됩니다” 식으로 설명한다. “재료가 없으면 이건 안 넣어도 됩니다”는 말도 자주 한다. 정석희 문화평론가는 “백종원은 요리가 어렵다는 생각을 깨뜨렸다”며 “마리텔에서는 채팅창을 보며 누리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한식대첩’에서는 각종 먹거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뽐내는 등 프로그램별로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백종원 등 ‘셰프테이너’(셰프+엔터테이너)를 낳은 ‘쿡방’은 계속 진화 중이다. KBS2 ‘요리인류 키친’을 진행하는 이욱정 PD는 “백종원 씨는 외식사업에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중이 좋아할 만한 요리법을 소개하고 있다”며 “한국의 쿡방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고 지금보다 다양한 포맷으로 확대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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