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11월 처음 방영한 웹드라마 ‘출출한 여자’는 지난해 말 리쿱(recoup·제작비를 모두 회수한다는 업계 용어)에 성공했다. 싱글녀 제갈재영의 ‘먹방’(먹는 방송)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는 10분짜리 총 6편으로 구성됐으며 홍콩 식료품 업체 ‘이금기’의 사전 투자를 받았다. ‘이금기’ 제품을 이용한 레시피를 드라마에 녹여 내는 조건이었다. 회당 제작비는 1600만 원으로 총 9600만 원이 들었다. 이후 제작사는 지상파 계열사, 케이블TV, 인터넷TV(IPTV) 등 국내 방송과 일본 인터넷(IP)TV에 판권을 판매해 약 70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 작품은 중국 제작사와 중국 배우를 써서 공동 제작을 할 예정이다. 또 올 8월 시즌 2인 ‘출출한 여자-두 번째 맛’을 만들 예정이다. 》
기존 형식을 탈피한 웹드라마가 모바일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왼쪽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SM과 라인이 공동 제작한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 CJ E&M과 YG케이플러스가 합작한 ‘우리 헤어졌어요’, 기린제작사가 만든 ‘출출한 여자’. 각 사 제공
○ 웹드라마, 방송 산업 새로운 먹을거리로
인터넷과 모바일용으로 제작되는 10분 내외의 웹드라마가 방송 산업의 새로운 ‘먹을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2013년 2월 한국 시장에 처음 등장한 웹드라마는 초창기엔 기업들의 홍보 영상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신선한 소재의 작품들이 인기를 끌며 네이버, 다음 등 대형 포털사이트를 비롯해 지상파 방송사, 연예기획사, 영화제작사 등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가 라인과 함께 공동 제작해 4월 방영한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는 네이버의 웹드라마 상영관인 TV캐스트에서 1450만 건의 재생 수를 기록하며 ‘대박’을 쳤다.
이제까지 웹드라마 제작사의 주된 수익원은 클릭당 받는 시청료였다. 제작사는 포털로부터 클릭당 평균 1∼1.5원을 받았다. 재생 수 1000만 건을 기록해 히트를 쳤다 해도 평균 제작비를 건지기 힘든 구조였다. 웹드라마의 제작비는 10분당 평균 2000만 원 선으로 70분짜리 지상파 드라마의 회당 평균 제작비(2억6000만 원)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제작비는 낮은 편이지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 않아 제작비의 대부분을 협찬이나 정부 지원을 통해 회수하는 구조가 많았다.
○ 중소 제작자, 스타트업의 창업 모델로
하지만 최근 들어 유료 방송사에 콘텐츠를 판매하거나, 돈을 내면 다음 회차를 미리 볼 수 있는 과금(課金) 방식, 또는 드라마 소품을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를 연결하는 모바일 커머스 등이 시도되고 있다. 중국의 모바일 시장이 커지며 온라인용 콘텐츠를 수출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44편의 웹드라마를 방영 중인 네이버는 최근 ‘웹드라마 특화 광고 상품’을 처음 선보였다. 기존의 동영상 광고 외에 웹드라마용 광고 배너를 별도로 구성해 제작사가 광고 영업을 직접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네이버 관계자에 따르면 3월 ‘닥터이안’에 이 광고를 처음 적용한 결과, 지난해 비슷한 재생 수를 기록한 다른 작품의 3.6배 수익을 올렸다.
제작사들이 꼽는 웹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저작권을 제작사가 갖는다는 것. ‘출출한 여자’를 만든 기린제작사의 박관수 대표는 “드라마는 방송사가, 영화는 투자배급사가 저작권을 다 가져가는 구조라 제작사가 부가 수익을 얻을 수 없다”며 “플랫폼의 영향이 적은 웹드라마는 제작사가 콘텐츠를 가지고 여러 가지 사업을 해볼 수 있는 확장성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망이 밝자 웹드라마 관련 스타트업과 중소 콘텐츠 제작사들도 웹드라마 제작에 나섰다. 아이디어와 기본적인 제작 환경만 갖추면 방송국의 편성이나 배급 시스템에 기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6일 국회에서 열린 ‘웹드라마 산업의 중소기업 창업 활성화’ 세미나에 참석한 강탁영 보스톤창업투자 부사장은 “웹드라마는 다양한 아이디어의 테스트베드로서 발전성이 있다”며 “우수한 콘텐츠를 가졌으나 영세한 콘텐츠 기업이 저작권을 통해 기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과감히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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