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링’에서 사다코가 목이 꺾인 채 TV에서 기어 나오는 순간 저도 모르게 “으악!” 비명이 튀어나온다. 비명은 관객들이 만드는 공포영화의 음향 효과나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의 비명만 들어도 충분히 오싹해진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비명은 유독 잘 들린다.
최근 미국 연구진은 비명을 음향학적으로 분석해 그 이유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16일 자에 발표했다. 데이비드 포펠 뉴욕대 언어처리실험실 교수팀은 유명 공포영화와 유튜브에 올라온 공포 동영상 등에서 비명만 추출해 분석한 결과 비명이 다른 사람 귀에 잘 들리는 이유가 진동수 때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람이 일반적으로 대화할 때의 진동수는 4∼5Hz로 거의 일정하다. 하지만 비명은 30∼150Hz로 음파가 매우 빠르게 변해 날카롭게 들린다. 시끄러운 도로에서 자동차 경적이 잘 들리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 19명을 모집해 비명과 ‘도와주세요(Oh my god, help me)’가 각각 녹음된 소리를 들려주고 이때 뇌의 반응을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촬영했다. 그 결과 비명을 들었을 때 사람의 뇌에서는 청각피질과 함께 공포를 느끼는 편도체 부위가 눈에 띄게 활성화됐다. 도와달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에는 청각피질만 반응했다.
또 연구진이 대화를 하거나 노래를 부를 때 나타나는 진동수를 인위적으로 늘려 비명과 비슷한 파동으로 만든 뒤 실험 참가자에게 들려주자 이때도 공포 중추가 강하게 자극됐다. 포펠 교수는 “편도체는 즉각적으로 생성되는 감정이나 정서에 관여하는 부위”라면서 “편도체가 날카로운 소리에 더 민감한 만큼 비명을 들으면 즉시 공포심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석필 상명대 미디어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비명처럼 고음에 소리의 세기가 강한 경우 음파의 파장이 짧다”면서 “짧은 파장의 소리는 주변에 더 잘 전파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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