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무국적 테러집단 쫓는 무국적 요원… 연륜 잊은 특유의 ‘미친 액션’ 폭발
액션을 강조한 2, 3, 4편과 달리… 1편 빛낸 첩보물 정신으로 돌아가
‘톰 형님’이 돌아왔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15세 이상 관람가)이 30일 개봉한다. 맨손으로 세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830m)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 외벽을 기어오른 것이 4년 전. 피부는 거칠어지고 주름도 깊어졌지만 특유의 ‘미친 액션’은 여전했다. 여기에 탄탄한 시나리오와 매력적인 조연까지 추가한 ‘…로그네이션’은 20년 가까이 된 시리즈의 수명을 다시 연장하고 새로운 힘을 불어넣는, ‘불가능한 임무’를 해내고야 만다.
○ 첩보 ‘액션’에서 ‘첩보’ 액션으로
애당초 ‘미션 임파서블’ 1편(1996년)은 냉전이 끝난 1990년대 스파이의 운명을 보여주며 기존 첩보물의 문법을 비튼 영화였다. 이후 액션에 방점을 찍었던 2, 3, 4편과 달리 ‘…로그네이션’은 이 시리즈가 첩보물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
제목의 ‘로그(rogue)’는 사기꾼이라는 뜻으로 ‘로그네이션’은 직역하면 ‘사기꾼 국가’다. 영화 초반 미국 정부는 이선 헌트(톰 크루즈)가 속한 IMF(Impossible Mission Force)가 과거에 수행했던 작전들을 불법 행위로 치부하며 IMF를 해체해 버린다. 졸지에 국가에 사기당한, 국적 잃은 스파이가 된 이선은 홀로 무국적 테러집단 신디케이트를 쫓는다. 이렇게 21세기다운, 더이상 국적이 중요하지 않은 시대에 걸맞은 첩보물이 탄생했다.
○ 물 속으로 뛰어든 톰 크루즈
이선 헌트가 줄 하나에 의지해 CIA의 심장부를 허공에서 침투하는 명장면을 남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특유의 공중 액션으로 유명하다. 2편에서는 미국 유타주립공원의 암벽을 맨손으로 등반했고 3편에선 홍콩의 56층 빌딩에서 뛰어내렸다. 그는 이번에도 영화 초반부 이륙하는 비행기에 뛰어올라 1525m 상공에 매달린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간다. 공중에 매달리고 뛰어내리는 건 이제 식상하다는 듯 이선은 임무 수행을 위해 아무 장비 없이 맨몸으로 26만 L 물 속에 뛰어든다. 약 6분 동안 잠수하며 말 그대로 죽었다 살아난 그는 정신도 차리기 전에 자동차를 타고 모로코 카사블랑카 뒷골목을 쑥대밭으로 만들더니 연이어 스포츠 모터사이클을 타고 도로를 질주하며 이름값을 증명한다.
○ 전에 없던 ‘센 언니’의 등장
신디케이트에 붙잡힌 이선을 구하며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일사 파우스트(레베카 퍼거슨)는 기존 시리즈에서 볼 수 없던 여성 캐릭터다. 신디케이트의 조직원이면서 이선을 돕는, 적인지 아군인지 도통 헷갈리는 그는 그저 늘씬한 미녀로 소비되는 데 그치는 대신 잇단 반전을 선사하며 영화의 흐름을 주무른다. 허벅지선 깊숙이 찢어진 실크 드레스를 입은 일사가 오스트리아 빈 국립 오페라하우스에서 오페라 ‘투란도트’의 선율에 맞춰 우아한 동작으로 암살 지령을 수행하는 모습은 남녀 모두 매력적으로 느낄 만하다.
그의 등장으로 손해를 본 건 톰 크루즈다. 영화 중후반까지 맹활약하던 이선은 나이를 속일 수 없었던 것인지 말미의 맨몸 격투 장면을 일사에게 양보한다. 신디케이트의 수장 솔로몬 레인(숀 해리스)을 잡는 순간에도 팀원인 브랜트(제러미 레너), 벤지(사이먼 페그), 루서(빙 레임스)와 협력한다. 톰 크루즈의 원맨쇼에 가깝던 이전 시리즈와 달라진 점이다. 그 대신 4편에서 첫선을 보인 팀원 사이의 호흡은 더욱 쫀쫀해졌고 주고받는 농담도 더 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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