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아픈 현실을 은유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8월 5일 08시 00분


영화 ‘베테랑’-‘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아래). 사진제공|외유내강·카파필름
영화 ‘베테랑’-‘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아래). 사진제공|외유내강·카파필름
“판 뒤집혔다!”

5일 개봉하는 영화 ‘베테랑’(제작 외유내강) 속 형사의 대사다. 극중 부도덕한 재벌 3세를 쫓는 광역수사대원들의 모습은 실제 세상의 “판을 뒤집”으려는 듯, 현실적 기시감으로 다가온다. 최근 벌어진 일부 재벌가의 경영권 다툼이나 재벌 3세에 대한 특혜 의혹 등이 그 데자뷔의 현실이다.

한동안 실존인물의 이야기나 실화를 바탕으로 현실을 그려낸 한국영화가 이제 은유의 기법을 통해 세상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13일 개봉작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감독 안국진·제작 KAFA FILMS·사진)와 27일 선보이는 ‘오피스’(감독 홍원찬·제작 영화사 꽃)도 ‘베테랑’과 궤를 같이 한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해야 하는 이른바 ‘3포 세대’의 우울한 현실을 코믹하게 그렸다. 아예 ‘인간관계와 내 집까지 포기한다’는 ‘5포 세대’로까지 홍보 콘셉트를 확장한 영화는 “그저 열심히 살면 행복해질 줄 알았던” 한 여자의 좌충우돌기다. ‘오피스’는 ‘미생’으로 표현되는 힘없는 직장인들의 고통스런 이야기다.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이들의 이야기가 직장 사무실의 공간과 관객 주위의 낯익은 캐릭터로 현실감을 더한다.

이처럼 한바탕 통쾌한 액션(베테랑)과 코믹하면서도 잔혹한 이야기(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미스터리하면서도 살벌한 시선의 스릴러(오피스)로 스크린 밖 현실을 은유하는 시선은 결국 시스템(구조)의 문제로 향한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안국진 감독은 “주인공의 고통이 개인과 시스템 중 누구의 탓인지 질문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베테랑’ 류승완 감독은 “악역을 만들면서 보편적으로 어떤 공의에 합당한 복수를 해줄 수 있는 캐릭터가 필요했다”면서 “괴물 같은 인간을 만들고 과보호한 시스템에 집중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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