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개봉한 영화 ‘베테랑’이 개봉 닷새 만에 관객 276만여 명을 기록하며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화에서 형사 서도철(황정민)에게 쫓기는 재벌 3세 조태오 역을 연기한 배우 유아인(29)은 밑도 끝도 없이 못된, 관객들이 마음껏 미워할 수 있는 재벌3세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며 영화 말미의 통쾌함을 담보해낸다. 난생 처음 악역을 맡아 황정민 오달수 유해진 등 쟁쟁한 배우들에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준 그를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첫 악역인데 부담은 없었나.
“사실 류승완 감독님 영화라고 해서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하겠다고 했다. 겉으로는 좀 튕기는 척 했지만…. 그동안 ‘완득이’(2011년) ‘깡철이’(2013년)에서 ‘착하고 가난한 청년’만 연기했고 외모가 재벌 3세를 할 정도로 세련된 것도 아니라 너무 이질적이지 않을까 생각 했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의 내가 악역을 연기할 때의 충격이나 강렬함 때문에 캐스팅된 것 같다.”
-처음 치고는 악역 연기가 자연스러웠다.
“칭찬이 아닌 것 같은데….(웃음) 조태오는 어른들 사이에서 정장을 입고 있지만 내면은 완전히 어린 아이 같다. 그래서 힘주고 소리 지르기보다는 순진하고 천진한 모습으로 악역을 연기하려고 했다. 이전에 본 악역 연기를 복제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배역 속에서 나와 닮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때 그 역을 맡는다’고 한 적이 있던데 실제 유아인에게 조태오 같은 면도 있는 건가.
“애써 내 안에서 닮은 면을 발견하려고 노력하는 거다. 물론 배우라는 직업이 조태오 같은 인간이 될 가능성이 많긴 하다. ‘너 연기 못해, 이상해’하는 얘기를 바로 앞에서 들을 일은 거의 없지 않나. 배우라면 일단 예뻐해 주고 배려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그래서 칭찬 잘 안 하는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려 노력한다.”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2003년)으로 데뷔해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반짝 누리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2010년) 전까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 경험이 영향을 미친 건가.
“어릴 때는 그냥 연예인이 되고 싶었다. 우연히 캐스팅돼 ‘반올림’에 출연했을 때 직장 출근하듯 촬영장을 다녔었다. ‘반올림’ 뒤엔 가수 데뷔를 위해 노래 연습한 적도 있고, 아예 연기를 그만두려고 고향(대구)에 내려간 적도 있다. 그런 시간이 내겐 자양분이 됐다.”
-그러고 보면 여느 20대 배우들과는 다른 면이 있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2006년) ‘좋지 아니한가’(2007년) 같은 독립영화에도 출연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사회 이슈에 대한 발언을 하기도 하고.
“요즘 제일 욕심나는 게 한류 스타다! 난 원래 인기를 쫓는 사람인데 예전에는 괜히 튀고 싶어서 그런 티를 안 냈었다. 내 경쟁력은 그냥 연기 열심히 하는 거 외엔 없는 것 같다. 그 동안 ‘청춘의 표상’ 같은 역할만 맡아왔는데 이제 30대가 되니 어디도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맡고 싶다.”
유아인은 추석 연휴 기대작인 영화 ‘사도’에서 사도세자를 연기했다. 10월 방영하는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주인공 이방원 역을 맡았다. 이 드라마는 ‘대장금’ ‘선덕여왕’ 등을 쓴 김영현 박상연 작가 콤비가 극본을 맡은 작품이다.
“지금까지 인기가 없진 않았는데 늘 2등이었다. 배우로서 도장 한번 ‘쾅’ 찍고 싶은 욕심이 있다”는 그의 말은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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