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암살자 설정, 똑같아” 영화 ‘암살’, 100억대 손배소송 걸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1일 15시 16분


개봉 20일 만에 관객 9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암살’을 둘러싼 표절 의혹 시비가 법정에서 가려진다.

소설가 최종림 씨(64)는 1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영화 상영금지가처분 신청과 함께 영화제작사인 ㈜케이퍼필름과 최동훈 감독, 배급사인 ㈜쇼박스를 상대로 100억 원대 손해배상소송 소장을 접수했다고 11일 밝혔다. 최 씨는 ‘암살’이 13년 전 출간한 자신의 소설 ‘코리안 메모리즈’의 줄거리와 등장인물 등 상당 부분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소장에서 “소설이나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여성이 암살자로 설정돼 있다는 점”이라며 “제작사 측에서 1920~30년대 일반적인 항일무력투쟁의 방식으로 널리 알려진 역사적 사실이라고 주장하지만, 내 소설 이전에 여성이 암살 저격수로 설정돼 있던 소설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 “최동훈 감독의 영화 제작 당시 인터뷰에는 무장한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으로 미뤄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알고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무장한 여성 독립운동가가 있었다는 사실은 영화가 상영되면서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알려지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장에는 설령 영화가 표절이 아니고 창작성을 인정받는다 해도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최 감독이 의도적으로 사용했을 수도 있지만, 과실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이 과정에서 원저작물의 저작자인 최 씨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 씨는 “이 사건 소설은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쓰인 것”이라며 “당시 제작사가 영화제작을 위한 펀딩에 실패해 제작이 좌절됐으며 영화화를 위해 시나리오를 돌렸다. 영화화되면 다소간 작품이 변형될 여지가 많겠기에 원본으로 남겨두고 싶어 소설로 먼저 남겼다”고 밝혔다.
앞서 ‘암살’ 제작사와 제작사 측 변호인은 소장이 접수되는 대로 표절이 아님을 밝히고 명예훼손 등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국인 최초로 ‘지옥의 자동차 장거리 경주’라 불리는 파리~다카르랠리를 완주했던 최 씨는 1996년 만화가 허영만 씨를 상대로 만화 ‘아스팔트 사나이’가 자신의 소설 ‘사하라 일기’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만화 속 주인공이 허락 없이 자신의 과거 인터뷰를 토대로 만들어져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내 승소한 적이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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