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협녀, 칼의 기억’이 ‘암살’·‘베테랑’ 등 한국영화 흥행 릴레이의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을까. 이병헌과 전도연, 김고은 등 배우들의 완성도 높은 연기력은 단연 일품이라는 평가다. 사진제공|티피에스컴퍼니
■ ASACC 키워드로 본 영화 ‘협녀’
“멜로 연장선 있는 영화”…아이러니 여유를 찾을 수 없는 비장미 아쉬움 이병헌 연기력은 전율을 느낄 정도
개봉 시기, 단 하나만으로 이렇게 관심을 모은 영화가 또 있을까.
13일 개봉하는 ‘협녀, 칼의 기억’(감독 박흥식·제작 티피에스컴퍼니·협녀)은 지난해부터 곧 ‘언제 공개하느냐’는 시선을 받아왔다. 당초 예정한 시기를 지나보낸 것은 주인공 이병헌이 연루된 스캔들의 여파다. 스타가 출연하는 작품이 대개 그렇지만 ‘협녀’는 유독 ‘이병헌의 영화’라는 점이 더 도드라진다. 그만큼 그가 짊어져야 할 책임이 강하다는 의미다. 한편으로 ‘협녀’는 올해 여름 극장가의 ‘대작 격전’에 나서는 마지막 작품. ‘암살’, ‘베테랑’의 공세 속에 ‘협녀’는 어떤 경쟁력으로 관객을 맞을까. ‘아삭’(ASACC)한 키워드로 살폈다.
● 연기(Acting)
전율이 느껴질 정도다. 이병헌은 역시 연기에 관한 한 흠 잡을 데 없는 실력자다. 천민 출신으로 왕의 자리를 탐하는 검객을 연기한 그는 패기 넘치는 젊은 시절과, 권력에 빠진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 명의 인물을 전혀 다른 개성으로 표현했다. 공주와 결혼을 밀어붙이다 왕(김영민)을 앞에 두고 “네가 나의 주인인가, 내가 너의 주인인가”라고 읊조리는 장면에선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 이야기(Story)
간단치 않다. ‘차’(茶)와 ‘민란’ 그리고 ‘무인’이 지배하던 고려 말, 풍진 시대를 살아간 세 검객은 저마다 복잡한 사연을 가졌다. 이병헌과 전도연은 과거에 뜨겁게 사랑했고, 지금도 그 마음을 놓지 못한다. 이들에게 복수를 꿈꾸는 김고은은 출생의 비밀을 지녔다. 사연 많은 이들의 삶은 피곤한 법. 그들이 좇는 ‘대의’를 두 시간 동안 지켜보다, 지친다.
● 연상(Association)
태생적인 비교대상 ‘와호장룡’의 그림자는 어쩔 수 없다. 대나무 숲 대련 장면은 판박이 수준. 어쩌면 무협장르를 ‘한국화’하기에는 수십년간 관객에게 각인된 ‘중국 무협 DNA’의 파괴력이 예상보다 강할 수도. 그래서일까. 기획부터 ‘무협액션’을 강조해온 영화는 어찌된 영문인지 개봉 직전 ‘멜로’를 부각한다. 첫 시사회 직후 박흥식 감독은 “무협이 아닌 멜로의 연장선에 있는 영화”라고 밝혔다. 아이러니다.
● 창의력(Creativity)
영화는 전도연을 통해 ‘협(俠)’을 드러낸다. 담고 있는 뜻 가운데 하나를 풀자면 ‘힘없는 약자를 돕는다’는 의미. 아주 간단한 이 명제를 무협의 세계에서 펼치려다보니, 상황은 복잡해지고 인물들의 처지는 비극으로만 치닫는다. 모두가 지나치게 비장하다는 점에서, 관객의 선호가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 완성도(Completeness)
강약 조절 실패랄까. 기승전결의 부진이랄까.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 여유를 찾을 수 없는 비장미, 신념으로 꽉 찬 인물들이 반복될 뿐이다. 엄지 치켜세우고 추천하기는 어려운 쪽에 속하는 영화. 다만 이병헌과 전도연, 김고은 등 주연은 물론 이경영과 김영민 등 참여한 배우들의 활약은 부족함이 없다. 그래서 더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