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극장가는 여배우의 계절이다. 13일부터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정현, ‘협녀, 칼의 기억’의 전도연, ‘뷰티 인사이드’의 한효주, ‘미쓰 와이프’의 엄정화(왼쪽부터)가 잇달아 관객을 찾는다. 카라멜·딜라이트·퍼스트 룩·영화인 제공
올해 8월은 영화계에서 특별한 달이다. 13일 개봉하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정현, ‘협녀, 칼의 기억’의 전도연, ‘미쓰 와이프’의 엄정화, 20일 개봉하는 ‘뷰티 인사이드’의 한효주까지 모두 여자 배우가 주연이다. 장르도 코미디, 무협, 멜로까지 제각각이다.
남자 배우 중심의 최근 한국 영화계에서 이상 현상이 일어난 셈이다. 정지욱 강유정 윤성은 영화평론가와 영화 담당 기자 2명이 △둔갑술지수(연기 변신) △자체발광지수(미모) △고생지수 △은신술지수(작품 및 상대 배우와의 조화)로 나눠 각 5점 만점으로 이들을 평가해봤다.
○ 어떤 역이든 달인처럼 해낸 이정현
이정현은 변신과 고생 양면에서 5명 평균 각각 4.8점과 4.2점을 받았다. 그가 연기한 수남은 손으로 하는 일은 무엇이든 달인처럼 해내는 인물이다. 손이 부르트도록 일한 끝에 달동네에 집 한 채를 마련한 그에게 재개발 소식은 인생 역전의 기회. 재개발에서 제외된 옆 동네 주민들이 불공평하다며 반대 시위를 벌이자 손재주를 이용해 주민들을 하나씩 ‘처리’하기 시작한다.
이정현은 영화에서 신문 배달, 판촉 명함 뿌리기, 주방 보조, 청소 등 ‘알바’를 소화해 내고, 감금과 고문 장면에선 직접 대형 공업용 세탁기에 들어가 물을 맞았다. 영화 말미 궁지에 몰린 그가 보여주는 신경질적이면서 애처롭고, 한편으론 천진한 표정 연기는 압권이다. 윤성은 평론가는 “상황은 심각해도 관객은 웃을 수 있도록, 부담스럽지 않게 잘 조절해냈다. 그동안 보여줬던 것 중 최고의 연기”라고 말했다.
고려 말 무신정권 시대, 풍천(배수빈), 유백(이병헌), 월소(전도연)는 새 세상을 만들기 위해 민란을 일으킨다. 하지만 민란 성공 직전 유백의 배신으로 풍천은 죽고, 풍천의 아이를 데리고 월소는 사라진다. 18년 뒤 고려 최고 권력자가 된 유백 앞에 월소의 검술을 빼닮은 소녀 홍이(김고은)가 나타난다.
영화 개봉 전부터 세간의 관심은 전도연의 맹인 검객 연기에 쏠렸다. 그는 “운동복을 짜면 땀이 나올 정도로” 액션을 연습하고 우아한 동작을 위해 고전무용을 배우기도 했다. 하지만 노력(4.0점)과 작품과의 조화(4.1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반면 연기 변신에 대한 평가는 평균 3점에 그쳤다. 과도한 클로즈업과 슬로 모션, 허술한 줄거리 등 영화 자체의 허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강유정 평론가는 “전도연이 이병헌 김고은을 탄탄하게 받쳐줬다. 억지스러운 장면이 많았지만 내공 있는 배우들이 감정을 살려냈다”고 말했다.
○ 스크린속에서 투명하게 빛난 한효주
동명의 광고가 원작인 ‘뷰티 인사이드’에서 한효주는 매일 생김새, 성별, 인종까지 바뀌는 남자 우진과 사랑에 빠지는 이수 역을 맡았다. 우진 역을 연기한 배우만 123명. 영화는 만남부터 이별, 재회까지 전형적인 연애의 과정을 밟되 매 순간을 아름답고 세련되게 그려내 연애에 대한 환상을 자극한다.
화면 속 한효주는 투명하게 빛나지만 그동안 ‘감시자들’ 외에는 늘 맑고 예쁜 역할을 맡아왔다는 점에서 미모(평균 4.2점) 외에 연기 변신(1.5점), 노력(2점), 상대와의 조화(2.7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뷰티 인사이드’는 설정의 독특함으로 승부하는 영화다. 배우 연기의 난도가 높은 작품은 아니다”라고 평했다.
○ 주부와 댄싱 퀸 모습이 겹쳐진 엄정화
결혼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는 여자 변호사 연우(엄정화)는 뉴욕지사 발령을 앞둔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해 저승에 간다. 저승의 이 소장(김상호)은 연우에게 한 달 동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면 원래대로 돌려보내 주겠다고 제안한다. 팔불출 남편(송승헌)과 두 아이와 부대끼며 온갖 사고를 치던 연우는 아내, 엄마로서의 삶에 조금씩 적응한다.
엄정화는 ‘추리닝’을 입은 평범한 엄마의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내고, 아이와 남편을 위해 가슴 아파하는 모습으로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부와 댄스 가수를 오갔던 ‘댄싱 퀸’(2012년) 속 그의 모습과 겹쳐진다. 줄거리도 어디서 본 듯하다. 그 탓인지 연기 변신(평균 2.6점), 미모(2.6점) 등 주로 2, 3점대의 저조한 평가를 받았다. 정지욱 평론가는 “엄정화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물이 올랐지만 작품 자체의 한계를 극복하기는 힘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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