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수목 드라마 ‘어셈블리’는 용접공 출신 초선 국회의원 진상필(정재영)이 국회에 입성해 좌충우돌하는 내용을 그렸다. 지난해 인기 사극 ‘정도전’을 썼던 정현민 작가가 10여 년간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쓴 이 드라마는 한국의 정치 이면을 세밀하게 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현직 국회의원 참모는 이 드라마를 어떻게 봤을까.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 의원실의 양재원 보좌관을 통해 ‘어셈블리’의 허실을 짚어봤다.
이 드라마는 여당인 국민당을 중심으로 당내 계파 갈등을 비중 있게 그리고 있다. 국민당 ‘친(親)청계’(친청와대계)를 이끄는 백도현 사무총장(장현성)과 ‘반(反)청계’ 수장 박춘섭 의원(박영규)이 추경예산 증액, 공천 방식 등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한다.
“계파 없는 정치는 없다”는 박 의원의 대사처럼 이 드라마에서 계파 간 갈등은 핵심 소재. 반면 최인경 보좌관(송윤아)은 “계파는 장미꽃의 가시와 같아 이용하되 노예가 되지 말라”고 진 의원에게 충고한다. 친청계에 들어가기 위해 백 총장 앞에 무릎 꿇었던 진 의원은 결국 ‘딴청파’라는 계파를 만들어 독자적인 길을 걷는다.
양 보좌관은 “현실정치에서 계파는 의원의 존재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지만 계파가 마치 폭력조직 단체처럼 엄격한 위계질서가 있는 식으로 묘사된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계파 모임에 들어가 비중 있는 정치인이 되면 대기업이 전담 마크까지 한다”는 친청계 홍찬미 의원(김서형)의 대사에 대해서도 “상임위에 따라 기업에서 해당 의원별로 마크맨을 두지만 특정 계파에 소속됐다고 대기업 담당자가 자동 배속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양 보좌관은 또 △야당에 공천을 받으려던 진 의원이 여당 후보로 출마하는 일 △여당의 백 총장과 야당인 한국민주당 수석부대표가 사석에서 정보를 주고받고 협력하는 장면 △백 총장이 특정 지역구에서 출마가 어려워지자 지역구를 바꿔 출마하는 모습 △공천을 앞두고 살생부가 돌자 의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면 △점술가에게 의존하는 정치인 등을 현실정치에도 존재하는 장면으로 꼽았다.
반면 사무총장이 상임위 배정같이 원내대표가 해야 할 일까지 하고 보좌관이 자신을 고용한 국회의원에게 눈을 흘긴다거나 손을 뿌리치는 일 등을 비현실적인 장면으로 꼽았다. 특히 인턴 김규환(옥택연)이 ‘국회는 인간쓰레기들이 사는 쓰레기장’이라고 말한 부분에 대해 양 보좌관은 “의원들의 싸우는 모습이 희화화되며 정치 자체에 선입견이 생겼지만, 오늘도 수백 명의 의원들과 참모들이 정말 열심히 일한다. 진상필 같은 소신 의원도 꽤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드라마의 시청률은 5∼6% 내외. 경쟁작인 SBS ‘용팔이’와 MBC ‘밤을 걷는 선비’에 비해 저조하다. 이유는 뭘까. 양 비서관은 “설명 위주의 전개가 많고 줄거리도 복잡해 시청자가 몰입해서 보기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정치인들끼리 싸우는 자극적인 정치뉴스에 익숙한 시청자에게 극악무도한 악역도 없고, 선하고 올바른 정치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는 다소 밋밋하게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