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회는 우승자의 노출을 방지하고 결승전의 현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은 실력 있는 신예 래퍼와 힙합 프로듀서가 한 팀을 이뤄 공연하고 관객으로부터 거둔 공연료가 적은 쪽이 탈락하는 오디션 형식이다.
2012년 방영된 시즌1의 평균 시청률은 0.5%(닐슨코리아 기준)로 당시에는 힙합 마니아 사이에서나 회자된 ‘비주류’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시즌3부터 시청률이 크게 올라 1%대 중반을 오르내리더니 6월 26일 처음 방영된 시즌4의 평균 시청률은 2.1%(최종회 제외)를 기록했다. 시청률 수치가 매우 높진 않았으나 젊은층의 대화에서 빠지지 않는 화제가 됐다. 시즌4에서 발표된 곡들은 ‘무한도전 가요제’ 곡들과 함께 온라인 음원차트의 상위권을 오르내리고 있다. B급 문화였던 힙합이 대중문화의 새로운 흥행 코드로 떠오른 셈이다. 힙합을 향유하는 연령대가 다양해져 시즌4의 연령대별 시청률은 20대 여성층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쇼미더머니는 시청률과 화제는 잡았지만 계속 논란에 휩싸였다. 시즌3은 두 차례나 해당 프로그램의 중지 및 관계자에 대한 징계 처분을 받았다. 지원자 BOOBY가 “환경이랑 네 에미, 애비를 탓해”라는 가사와 욕설이 섞인 랩을 하자 심사위원인 스윙스가 “에미 애비 병신아, 이런 거 (해서) 너무 시원했다. 리스펙트(존경심)가 한 번에 생겼다”고 부추기는 장면 등이 문제가 됐다.
시즌4는 욕설뿐만 아니라 ‘디스전’(‘디스’는 disrespect의 줄임말로 힙합에서 마음에 안 드는 상대방을 랩으로 깎아내리는 것)이 논란이 됐다. 프로그램이 참가자들을 과도한 경쟁의 링으로 내몰다 보니 ‘디스’ 가사들이 넘쳤다. 오디션 도중 바지를 내렸던 블랙넛은 죽부인을 들고 나와 성행위 퍼포먼스를 해 녹화가 중단되기도 했다. ‘논란의 종합세트’였던 시즌4는 최고 중징계인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특히 이 프로에선 자기 자랑이자 과시를 뜻하는 힙합 문화인 ‘스왜그(swag)’가 상대를 깎아내리는 디스전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설사 디스를 한다 해도 여성 같은 약자 비하가 등장한 것 역시 힙합 문화의 왜곡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에서는 욕하면서도 자꾸 보게 되는 ‘막장드라마’에 빗대 이 프로를 ‘쇼미더막장’으로 부르기도 한다.
반면 14일 방영된 참가자 인크레더블의 ‘오빠차’는 욕설이나 디스 없이 오빠가 차를 뽑았다는 가사로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연예팀 관계자는 “자유로운 표현이 허용되는 힙합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대중매체 특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문제가 되는 대목을 비프 음이나 모자이크 처리하면 문제가 없다는 식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돌그룹 ‘위너’의 송민호가 “MINO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고 랩을 하는 장면과 자막을 편집에서 거르지 않고 내보낸 제작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제작진이 자극적인 쇼를 위해 변종 힙합 정신을 이용하고 있다”며 “지상파만큼 영향력을 가진 케이블 채널에 대한 감시망이 보다 깐깐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익숙한 전자음향-기가시대 랩의 속도감, 젊은 감성 사로잡아 ▼
‘21세기 록’ 힙합은 왜 인기인가 힙합은 21세기의 록이다.
20세기 국내 초중고교 교실에서 해외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 메탈리카, 너바나에 대해 토론하며 어린 음악 마니아들이 꿈을 키웠다면, 요즘 책상 위 화제는 켄드릭 라마나 빈지노, 블랙넛이다. 그들은 전기기타와 앰프 대신 커다란 헤드폰이나 턴테이블, 마이크를 원한다.
힙합은 왜 지금 젊은 음악의 대세인가. 강렬한 록도 해소할 수 없는 뭔가가 새 인류에겐 있는 걸까. 대중음악평론가 서정민갑 씨는 21세기 사회의 특성, 그 음향적 환경의 질감과 속도감을 첫째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요즘 세대는 소리에 대한 감성 자체가 다르다”고 했다. “힙합에서 DJ가 만들어내는 전자음향은 컴퓨터 게임 배경음이나 스마트폰 알림음에 익숙한 젊은이들의 감성에 들어맞는다. 이는 록이나 포크는 표현하지 못하는 질감이다. 수많은 정보가 순식간에 오가고 열람되는 기가 인터넷 시대에 걸맞은 랩의 속도감 역시 중요하다”고 했다.
힙합 듀오 가리온의 MC 메타는 원래 ‘록 키드’였다. “고교 때 저도 친구들과 세계 3대 기타리스트를 두고 토론했어요. 근데 힙합을 들으면서 다른 세계를 체험했습니다.” 그는 “힙합의 출발점을 빈곤과 저항으로 도식화하기도 하지만, 힙합은 사실 미국에서 태동할 때부터 젊은이가 열광할 만한 새롭고 ‘쿨’한 음악, 멋을 최고로 치는 음악”이라고 했다.
MC 메타는 “1980, 90년대만 해도 국내에서 소비할 거리가 되는 마니아 음악은 록뿐이었다. 지금은 아이돌 그룹에 한둘씩 래퍼가 있고 미디어에서도 래퍼를 많이 다룬다”면서 “MR(미리 녹음된 반주 음원)와 마이크만 있으면 공연이 가능하다는 편리성도 있다. 요즘 대학 축제 출연진을 보면 록 밴드 자리에 래퍼들이 대거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서정민갑 평론가는 “랩은 분노나 욕망을 또래들의 적나라한 언어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공감을 산다”며 “일부 지나치게 파괴적인 랩의 인기는 우리 사회가 욕구의 정상적 실현이나 해소가 안 되는 신경증적 상태에 있다는 걸 방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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