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개봉하는 영화 ‘사랑이 이긴다’(제작 한국가톨릭문화원·민병훈필름)의 연출자 민병훈(사진) 감독의 말이다. 민 감독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웹매거진 ‘코비즈’(KoBiz) 최근호에서 이 같이 말했다. 한국에서 더 이상 영화를 제작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그래서 ‘사랑이 이긴다’는 한국에서 만드는 마지막 작품. 하지만 개봉을 앞두고 단체관람 요청이 잇따르는 등 안타까움을 담은 여러 의미를 던지고 있다.
영화사 측에 따르면 배우 장현성과 최정원이 주연해 무너져가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사랑이 이긴다’는 최근 첫 시사회를 연 이후 잇단 단체관람 문의를 받고 있다. 실제로 시사회를 위한 객석수가 5000석을 넘어섰다. 한국가톨릭문화원이 제작에 참여하며 신부들과 신도들이 제작비 전액을 투자한 데 따른 관심도 힘이 됐다. 이미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올해 함부르크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는 점에서 영화의 완성도 역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민병훈 감독은 이제 한국에서 더 이상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고 말했다. 코비즈 인터뷰에서 그는 “질문을 던지고 관객 스스로 감상하는 영화도 존재할 수 있는 거다”면서 “우리 시대 영화에는 획일주의와 1등주의, 관객주의가 만연해 있다”고 말했다. 이미 2012년 유준상·김지영 주연 ‘터치’ 상영 당시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상영관 배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상영을 스스로 중단한 그는 이제 해외에서 ‘사랑에 관한 3부작’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젠 전부 할리우드 영화에 길들여져 있다. 그래서 찾은 것이 결국 휴머니즘이다”면서 “영화는 국제적인 정서가 있으니 새로운 출발로 삼고 싶다. 국내 개봉만 바라보지 않고 해외에 진출해 관객들과 온전하게 만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