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섬의 식당 주인 성철을 연기한 배우 마동석은 대낮에도 분위기를 섬뜩하게 만드는 연기를 선보였다. 무비앤아이 제공
10일 개봉하는 영화 ‘함정’은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 마동석이 주연을 맡은 스릴러 영화다.
그는 험상궂은 외모로 한때 범인 역 단골이었지만 최근엔 ‘우락부락해도 알고 보면 친근하고 은근히 웃긴 이웃집 형’ 같은 이미지를 쌓았다. ‘마블리’ ‘마요미’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또 1000만 영화 ‘베테랑’의 마지막 명동 액션에선 “나 여기 아트박스 사장인데…”라는 대사로 ‘미친 존재감’을 보여줬다. 하지만 영화 ‘함정’에선 그가 한동안 공들여 쌓은 이미지를 일순간에 내려 놨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함정’이라는 단어는 영화가 진행될수록 점점 선명하게 각인된다. 결혼 5년 차이지만 2년 전 한 차례 유산한 뒤 아직 2세가 없는 부부 준식(조한선)과 소연(김민경)은 관계가 점점 소원해진다. 소연은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관계회복을 위한 방법을 찾는다. 곧 외딴섬에서 식당을 한다는 성철(마동석)과 연락이 닿고, 지도에도 안 나오고 휴대전화도 안 터지는 그곳으로 부부관계 회복을 위한 여행을 떠난다.
부부는 SNS를 통해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가지고 간 탓에 경계심을 갖지만 식당 주인 성철은 “나랑 지내면서 좋은 거 먹고 가”라고 말하는 등 매우 친절한 태도로 부부의 마음을 놓게 한다. 부부는 여기서 하루를 묵고 가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점차 지저분한, 때로는 섬뜩한 농담을 툭툭 던지던 성철은 이윽고 사이코패스의 모습을 드러내며 부부를 옥죄어 간다. 결국 이 부부에겐 관계의 위기보다 더 위태로운 목숨의 위기가 찾아온다.
마동석의 음흉한 미소와 험악한 인상, 두꺼운 팔뚝, 투박한 손짓 등은 영화에 별도의 조미료를 치지 않아도 ‘리얼 스릴러’를 완성한다. 부부를 향해 덤덤하게 “지금껏 살아나간 사람은 아무도 없어”라고 말하는 마동석 표 성철의 모습을 보면 관객도 그의 함정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마동석은 지난달 26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성철 역을 맡은 이유에 대해 “할 땐 힘들긴 하지만 꼭 해야 한다는 도전 의식이 생기는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전’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그는 사이코패스 모습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검증되지 않은 SNS 정보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외딴섬, 그리고 마동석 연기의 하모니는 간만에 스릴러다운 스릴러 한 편을 완성했다. 18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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