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춘희막이’의 본처 최막이 할머니(왼쪽)와 후처 김춘희 할머니는 때로는 티격태격하고 때로는 왁자지껄 웃으면서 46년 세월을 함께 살아왔다. 올댓시네마 제공
TV 프로그램에서 먼저 소개됐고, 어르신 둘이 주인공이다. 30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춘희막이’(12세 이상)는 이 두 가지 공통점에서 지난해 역대 다양성영화 흥행 1위 성적을 갈아 치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480만 명)를 떠올리게 한다.
막바지로 갈수록 관객들의 눈물을 쏙 뽑는 ‘님아…’와 달리 ‘춘희막이’는 은근한 해학이 빛나는 영화다. 주인공들의 사연부터가 그렇다. 아들 둘을 태풍과 홍역으로 잃은 최막이 할머니는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 후처를 스스로 물색해 자기보다 열여섯 살 어린 김춘희 할머니를 데려왔다. ‘시앗을 보면 길가의 돌부처도 돌아앉는다’는데, 춘희 할머니는 2남 1녀를 낳았다. ‘영감’은 세상을 떠나고 두 할머니만 벌써 46년째 해로 중이다.
여전히 젊을 때처럼 머리를 길게 길러 꼼꼼히 쪽을 찌는 막이 할머니는 깐깐하고 바지런하다. 안부전화만 넣는 자식을 향해 “돈이나 보내주지 미친×” 하고 내뱉는 시원한 화법도 매력 넘친다. 빠글빠글 파마머리에 통통한 얼굴이 귀여운 춘희 할머니는 애교도, 흥도 많다. 대신 어린아이같이 투정이 많아 일일이 막이 할머니가 챙겨줘야 한다.
확실하게 대조되는 두 캐릭터에 얄궂은 상황까지 겹치니 요즘 말로 ‘빵빵’ 터진다. 이런 식이다. 춘희 할머니 진료차 병원을 찾은 두 어르신에게 중년의 의사가 “두 분은 무슨 관계냐”고 묻는다. 춘희 할머니는 그저 웃고, 막이 할머니는 거침없이 답한다. “우리 영감 세컨드요! 영감은 이미 먼저 세상 떠났고.”
시종일관 담담한 카메라는 웃음 가운데 수십 년 세월을 함께할 수 있었던 두 어르신의 깊은 속내를 담아낸다. 걸핏하면 성질을 못 이겨 손부터 올라가는 막이 할머니는 사실 아들만 낳고 내쫓길 뻔했던 춘희 할머니를 가장 먼저 품었다. 돈도 셀 줄 모르는 춘희 할머니는 제작진에게 “(친정)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이 집 돈은 쳐다보지 말라’고 했다”고 털어놓는다.
주말이면 교회에서 맛난 것을 얻어와 나눠 먹고, 장날이면 장터에 들러 필요한 것을 사는 일상에서도 두 할머니가 본처와 후처라는 입장 차를 넘어서 쌓아온 진한 우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걸진 경상도 사투리 ‘독해’를 위해 자막까지 서비스되니 추석 연휴의 여운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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