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격태격 알콩달콩, 본처와 후처의 46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5일 03시 00분


다큐멘터리 영화 ‘춘희막이’

다큐 ‘춘희막이’의 본처 최막이 할머니(왼쪽)와 후처 김춘희 할머니는 때로는 티격태격하고 때로는 왁자지껄 웃으면서 46년 세월을 함께 살아왔다. 올댓시네마 제공
다큐 ‘춘희막이’의 본처 최막이 할머니(왼쪽)와 후처 김춘희 할머니는 때로는 티격태격하고 때로는 왁자지껄 웃으면서 46년 세월을 함께 살아왔다. 올댓시네마 제공
TV 프로그램에서 먼저 소개됐고, 어르신 둘이 주인공이다. 30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춘희막이’(12세 이상)는 이 두 가지 공통점에서 지난해 역대 다양성영화 흥행 1위 성적을 갈아 치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480만 명)를 떠올리게 한다.

막바지로 갈수록 관객들의 눈물을 쏙 뽑는 ‘님아…’와 달리 ‘춘희막이’는 은근한 해학이 빛나는 영화다. 주인공들의 사연부터가 그렇다. 아들 둘을 태풍과 홍역으로 잃은 최막이 할머니는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 후처를 스스로 물색해 자기보다 열여섯 살 어린 김춘희 할머니를 데려왔다. ‘시앗을 보면 길가의 돌부처도 돌아앉는다’는데, 춘희 할머니는 2남 1녀를 낳았다. ‘영감’은 세상을 떠나고 두 할머니만 벌써 46년째 해로 중이다.

여전히 젊을 때처럼 머리를 길게 길러 꼼꼼히 쪽을 찌는 막이 할머니는 깐깐하고 바지런하다. 안부전화만 넣는 자식을 향해 “돈이나 보내주지 미친×” 하고 내뱉는 시원한 화법도 매력 넘친다. 빠글빠글 파마머리에 통통한 얼굴이 귀여운 춘희 할머니는 애교도, 흥도 많다. 대신 어린아이같이 투정이 많아 일일이 막이 할머니가 챙겨줘야 한다.

확실하게 대조되는 두 캐릭터에 얄궂은 상황까지 겹치니 요즘 말로 ‘빵빵’ 터진다. 이런 식이다. 춘희 할머니 진료차 병원을 찾은 두 어르신에게 중년의 의사가 “두 분은 무슨 관계냐”고 묻는다. 춘희 할머니는 그저 웃고, 막이 할머니는 거침없이 답한다. “우리 영감 세컨드요! 영감은 이미 먼저 세상 떠났고.”

시종일관 담담한 카메라는 웃음 가운데 수십 년 세월을 함께할 수 있었던 두 어르신의 깊은 속내를 담아낸다. 걸핏하면 성질을 못 이겨 손부터 올라가는 막이 할머니는 사실 아들만 낳고 내쫓길 뻔했던 춘희 할머니를 가장 먼저 품었다. 돈도 셀 줄 모르는 춘희 할머니는 제작진에게 “(친정)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이 집 돈은 쳐다보지 말라’고 했다”고 털어놓는다.

주말이면 교회에서 맛난 것을 얻어와 나눠 먹고, 장날이면 장터에 들러 필요한 것을 사는 일상에서도 두 할머니가 본처와 후처라는 입장 차를 넘어서 쌓아온 진한 우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걸진 경상도 사투리 ‘독해’를 위해 자막까지 서비스되니 추석 연휴의 여운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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