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기 어려워 촬영때마다 산소통 매달기도 제작진 걱정에도 대역배우 없이 직접 연기 “시나리오 보자마자 방황하던 옛 모습 생각”
배우 이광수(30)가 한국영화에서 전무후무한 생선인간 캐릭터를 완성했다. 그가 가진 “집착에 가까운 고집”이 그 캐릭터를 가능케 했다.
이광수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돌연변이’(감독 권오광·제작 영화사 우상)를 통해 연기 실험에 나선다. 영화는 신약개발 부작용 탓에 생선인간으로 변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이광수가 아니고서 이처럼 파격적인 캐릭터를 선뜻 맡을 배우가 있을까 싶을 만큼, 과감한 도전이다. 또한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서의 활약과 그로부터 형성된 한류스타의 인기를 떠올리면 그의 선택은 더욱 낯설다.
영화에서 이광수가 자신의 얼굴을 온전히 드러내는 장면은 두세 차례 뿐. 그것도 사진 속 모습이 전부다. 대신 특수 제작된 8kg의 ‘생선 탈’을 썼고, 매번 카메라 앞에 나서기 전 5시간씩 분장을 받았다. 상반신을 전부 특수 분장으로 꾸민 탓에 숨을 쉬기 어려워 촬영 때마다 산소통을 따로 매달기까지 했다.
연기자 박보영은 촬영장에서 이광수와 호흡하며 “혹시 그가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된 순간이 많았다”고 돌이켰다. 제작진은 때로 이광수에게 대역을 권하기도 했지만, 그는 단 한 장면도 빠짐없이 직접 소화했다.
“열정으로 볼 수도 있지만, 사실 집착이나 고집이 강한 성격 탓”이라는 게 대역 거부에 대한 이광수의 설명이다. 자신의 얼굴형에 맞춰 제작된 생선 탈을 “대역배우에게 맡기고 싶지 않았고, 출연하는 장면을 전부 연기하고 싶다”는 각오도 작용했다.
실제로 이광수는 여러 인물과 뒤섞여 배경처럼 등장하는 장면이나 스치듯 지나가는 상황, 심지어 나체로 한 겨울 바다에 입수하는 뒷모습까지도 직접 연기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이광수는 ‘돌연변이’ 제의를 받고 망설임 없이 곧바로 출연을 승낙했다. 영화 전반에 깔린 풍자와 사회 비판적인 분위기에 그 역시 공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실업 문제에는 자신의 경험을 빗대 더욱 몰입했다.
14일 시사회에서 만난 이광수는 “군 입대 전에도, 다녀와서도 앞으로 뭘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며 “데뷔 직후, 일이 많지 않아 부모님의 눈치까지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운 좋게 일을 하고 있지만 시나리오를 읽다가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며 “아직도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잘 몰라, 고민하는 주변 친구들도 생각났다”고 했다.
이광수의 과감한 연기도전을 빼고라도, ‘돌연변이’는 근래 나온 한국영화 가운데 ‘현실감’이 가장 높은 작품으로 꼽을 만 하다.
기성세대에 반항하고 싶지만 현실은 취업준비생인 박보영, 부족한 스펙 탓에 번번이 기회를 잃는 계약직 기자 이천희, 자본에 이용당한 의학박사 이병준까지, 우리사회 각양각색 인물을 대변한다. 이광수는 “영화 속 모든 인물들에 ‘나’를 대입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