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상황 뛰어넘는 인물에 대한 갈망 커 원하는 역할 쉼 없이 하려면 체력이 필수 후배들에게도 ‘일단 부딪쳐보라’고 조언
배우 손현주(50)에게 영화 ‘더 폰’은 ‘스릴러 3부작의 완결’이 될 만하다. 2년 전 ‘숨바꼭질’을 시작으로 ‘악의 연대기’를 거쳐 ‘더 폰’(감독 김봉주·제작 미스터로맨스)에 이르러 그는 자신만의 웰메이드 스릴러를 더욱 견고하게 완성했다.
“곧 죽을 것만 같은 상황을 헤쳐 가는 치열한 이야기, 극한의 상황을 뛰어넘는 인물에 대한 갈망이나 갈구가 크다.”
최근 영화에 더 주력하는 손현주는 평범한 가장에게 닥친 불행의 그림자를 끝내 해치우는 인물에 공을 들여왔다. 30년 가까이 연기하면서 품었던 “갈망”이기도 했다. 대중이 자신의 모습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그렇다고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노력해도 안 되는 ‘한계’도 겪고 있다. 체력도 그 하나다. ‘더 폰’ 촬영 도중 갈비뼈 골절 부상을 당했고 손톱까지 빠졌다. 찰과상도 부지기수다.
“원하는 역할을 쉼 없이 하려면 체력이 가장 필요하다. 하지만 체력은 키운다고 늘지 않더라. (김)수현이와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찍으며 절감했다. 내가 4개월이나 먼저 액션 연습을 시작했는데도 막상 체력 대결에서는 턱없었다. 하하!”
그런 손현주를 다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게 만든 ‘더 폰’은 타입슬립을 본격 도입한 이야기다. 살해당한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꼭 1년 만에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1년이란 공백을 두고 남편과 아내는 생과 사를 가르는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손현주는 유능한 변호사 역할. 아내(엄지원)가 떠난 뒤에도 어떻게든 하나 뿐인 딸을 위해 삶을 꾸려가려는 가장이다. 사실 그가 선택해온 영화 속 캐릭터는 대부분 가정을 지키려는 가장의 모습이었다. “이유 없이 사람을 헤치는 이야기, 설득력 없는 스릴러는 맞지 않아 피하게 된다”는 마음이 반영된 공통된 선택이기도 하다.
실제 가정에서도 그는 딸과 아들을 각별하게 여기는 아빠다. 특히 성악을 배우고 있는 고교 2년생 큰딸은 아빠의 시나리오를 먼저 읽고 평가하는 ‘모니터 요원’이다.
“딸과는 좀 더 특별하다. 집에 들어가고 나올 때마다 항상 손바닥을 마주친다. 어릴 땐 뽀뽀를 했지만 이젠 많이 커서.”
그런 손현주의 곁에는 사람도 끊이지 않는다. 가수 보아부터 연기자 송중기, 샤이니의 민호까지, ‘손현주의 친구들’은 나이도, 분야도 제각각이다.
“어린 친구도 있지만 생각은 누구보다 성숙하다. 배울 점도 많다. 특히 민호와 대화하다보면 마치 동년배 같다는 느낌이다. 아! 동년배라고 하면 민호 팬들이 나를 가만두지 않겠지? 하하!”
후배들과 만날 때면 그는 “되든, 안 되든 일단 부딪쳐보라”고 말한다. 그 역시 지금껏 같은 마음으로 연기를 해왔다.
“적당한 때는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온다. 나 역시 꼭 영화를 해야겠다고 덤빈 건 아니다.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드라마로 옮기면 또 그렇듯, 2, 3년 동안 열심히 할 것이다.”
말을 잇던 손현주는 “이제 정말 드라마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오랫동안 사랑을 준 중장년층 시청자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그분들 입장에서는 손현주가 계속 외유 중이다. 그 분들 옆으로 가서, 사랑받고, 재롱도 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