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등 온갖 논란을 모으는 드라마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정감 있고 우리네 삶을 돌아보게 하는 드라마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는 반증은 아닐까. ‘전원드라마’로 불린 농촌드라마도 그런 무대이다. 하지만 현재 각 방송사 편성표에는 농촌드라마가 단 한 편도 없다. KBS 1TV ‘오! 할매’가 그 명맥을 이었지만 그마저도 7월22일 종영됐다.
농촌드라마를 대표하는 드라마로는 단연 MBC ‘전원일기’(사진)가 꼽힌다. 1990년 오늘, ‘전원일기’가 방영 1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며 이틀 뒤인 10월23일 489회분이 방송됐다.
‘전원일기’는 1980년 10월21일 차범석 극본, 이연헌 연출로 ‘박수칠 때 떠나라’를 첫 회로 삼아 시청자를 만나기 시작했다. 방송 10년 동안 차범석, 김정수 등 5명의 작가와 이연헌, 권이상 등 6명의 연출자들이 최불암, 김혜자, 김수미, 정애란, 김용건, 고두심, 유인촌, 박순천, 박은수, 김혜정 등 쟁쟁한 연기자들과 함께했다.
‘전원일기’는 최불암의 김회장네와 김수미의 일용네 가족을 중심으로 양촌리라는 농촌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우리네 농촌 혹은 시골마을에서 흔히 겪어봤음직한 다양한 에피소드가 등장했고, 시청자는 ‘전원일기’를 통해 흙과 고향, 이웃의 소중함을 감동과 훈훈한 웃음으로 일깨웠다. 농촌의 힘겨운 현실을 제대로 담지 못한다는 비판도 없지 않았지만 많은 시청자는 공감 속에 드라마를 지켜봤다. 그러는 사이 2001년 3월4일 1000회를 지나 2002년 12월29일 종영할 때까지 모두 1088회 동안 방송된, 국내 최장수 드라마로 남았다.
또 김지영, 남성진, 임호 등이 복길이와 수남이, 금동이 등 극중 아이들이 자라나 성인이 된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김지영과 남성진은 이 드라마를 계기로 실제 사랑을 싹틔워 부부가 되는 인연을 맺기도 했다. 이제 성인연기자로 우뚝 선 류덕환은 ‘전원일기’의 일용이 아들 순길 역을 맡기도 했다.
이후 농촌드라마는 KBS 1TV ‘대추나무 사랑걸렸네’와 ‘산너머 남촌에는’ 등을 거치며 그 흐름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젠 농촌드라마를 찾아볼 수 없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귀농과 귀촌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또 다른 농촌드라마가 등장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