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십곡의 디지털 음원이 쏟아진다. 그 속에서도 평소 좋아하는 가수의 신곡은 찾아서 듣겠지만 무심히 음악을 듣고 싶을 땐 어떤 노래를 들어야 하나 고민에 빠진다. 노래가 넘쳐나면서 누군가가 ‘골라주는 음악’을 듣게 되는 현상은 그래서 생겨났다. 누군가가 노래를 골라주는 행위를 ‘큐레이션’이라 한다. 본래 큐레이션은 미술, 예술 작품의 수집과 보존 및 전시하는 일을 지칭했지만, 지금은 온라인상의 수많은 콘텐츠를 어떤 주제나 카테고리별로 수집하고 정리·편집해 적절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일컫는 말이 됐다.
● 2012년, 큐레이션 음악의 시작
국내 본격적인 음악 큐레이션은 2012년 1월 kt뮤직(당시 올레뮤직)이 시작한 ‘오늘의 선곡’이 시작이다. 당시 매일 다른 음악전문가들의 추천 곡목을 홈페이지에 게재했고, 이에 대한 반응이 뜨거워지면서 다른 음악플랫폼에서도 관련 서비스를 하게 됐다. 이후 테마별 음악듣기, 온라인 라디오와 같은 다양한 큐레이션으로 확대·발전했다.
큐레이션은 PC시대에서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부터 급속한 영향력을 높여갔다. PC로 음악을 접근하던 때에는 음원을 다운로드해 이를 저장소에 넣고 들었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에 음악을 상시 들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고, 데이터무제한으로 인터넷을 마음껏 쓸 수 있는 4G LTE시대가 열리면서 음악소비 패턴도 스트리밍 중심으로 급변했다. 이에 따라 큐레이션에 대한 수요도 더욱 높아졌다.
kt뮤직 관계자는 21일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게 되면서 일상의 배경음악으로 노래를 ‘틀어놓는’ 소비형태가 큐레이션의 발전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 수동적 소비, ‘진짜 트렌드’ 알 수 없어
큐레이션 서비스가 다양한 음악 취향을 만족시키면서 주목받고 있지만, 수동적 소비로 인해 음악시장의 그림자도 나타난다. 이용자들의 능동적 소비로 트렌드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급’에 의해 유행이 만들어지다 보면 대중의 진짜 사랑을 받는 곡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국민가요’는커녕 공급자에 의해 ‘사이비 히트곡’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질 우려도 있다. ‘최신곡은 넘치는데 히트곡은 없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최신곡의 동향, 가요계 트렌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음악을 듣고 싶어 음악사이트에 접속하면 어떤 곡을 들을지 몰라 그저 차트에 올라 있는 ‘차트 음악’만 듣게 된다. 때문에 음원제작사 측이 차트에 자사 음원을 진입시키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게 되고, 사용횟수를 인위적으로 높이는 ‘사재기’ 시도도 그 과정에서 이뤄진다.
그럼에도 큐레이션 서비스는 앞으로 새로운 형태로 발전될 전망이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인 멜론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별 이용자의 음악취향을 파악해 자동으로 추천곡을 소개하는 정교한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멜론 관계자는 “새 음원이 나오면 그 음원 데이터를 평가하고 소비자의 성향을 분석해 특정 이용자에게 알맞은 음악을 좋은지 추천해주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현재 실험하고 있다”면서 “내년 3∼4월쯤 빅데이터를 활용한 ‘합리적인 추천’ 서비스와 ‘이용자 개인화’ 서비스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