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0호/경제]
SM-YG, 확고한 양강 구도…키이스트, FNC 성장세 무서워, JYP는 재도약 준비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코스닥 상장사인 이들은 장기간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움직이는 ‘빅3’ 기획사였다. 그러나 굳건한 1, 2위를 빼놓고는 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JYP 자리는 이미 다른 엔터테인먼트사가 꿰찼다. 시가총액만 놓고 보면 10월 21일 현재 빅3 연예기획사는 SM(8891억 원), YG(7225억 원), 그리고 키이스트(3114억 원)다. 그 뒤를 FNC엔터테인먼트(시가총액 2661억 원)가 바짝 쫓고 있다. 얼마 전까지 키이스트 자리에 FNC가 있었다. 왕년의 빅3였던 JYP의 시가총액은 1505억 원에 불과하다.
1996년 설립된 키이스트는 배우 배용준이 대주주인 연예기획사로 2003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배용준, 김수현, 김현중, 주지훈 등 국내외에서 많은 관심을 받는 스타들이 소속돼 있는 데다 최근 연기파 배우 손현주와 엄태웅까지 영입했다. 한동안 시도했던 음반 사업 등 부진한 부문을 정리하고 배우 매니지먼트에 주력하고 있다. 얼마 전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탈락으로 쓴맛을 봤으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프로듀사’를 히트시킨 배우 김수현을 중심으로 중국 내 한류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은 변함없다. 화장품 기업 (주)에스디생명공학의 지분을 확보하고 화장품 사업에도 진출하며 다각적인 수익구조를 모색하고 있다. 2강 구도에 치열한 3위 싸움
가수기획사 빅3를 꼽으라면 키이스트가 아닌 FNC가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 2006년 한성호 대표가 설립한 FNC는 지난해 12월 코스닥에 상장된 이래 최근까지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국내 애널리스트들 역시 코스닥 상장 연예기획사 중 가장 ‘핫’한 곳으로 FNC를 꼽았다. 씨엔블루, FT아일랜드, AOA 등 기존 인기 가수에 유재석, 노홍철 등 인기 예능인을 연달아 영입하며 사업 다각화에 한창이다.
7월 16일 FNC가 국내 톱 MC 유재석을 영입했다는 뉴스가 나온 날 FNC 주가는 전일 대비 6200원(29.81%) 오른 상한가 2만7000원에 장을 마쳤다. 27일에는 김용만, 노홍철과 전속계약을 맺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유재석이라는 대어를 낚고자 많은 기획사가 상당히 공을 들인 것으로 안다. 톱스타를 영입하는 게 당장 수입에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향후 프로그램 제작이나 섭외 등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얻을 수 있다. 스캔들 없는 좋은 이미지의 스타 영입은 회사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FNC는 FNC뮤직재팬, FNC엔터테인먼트차이나 외에도 FNC아카데미를 통해 신인을 발굴, 육성하고 있다. 중화권 진출을 위해 2013년 홍콩 현지 법인을 설립했으며, 주요 거점 국가에서 해외 신인 캐스팅을 통해 신규 아티스트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최용재 흥국증권 연구원은 “FNC는 지속적인 두 자릿수 성장이 예측된다. 국가별 매출 비중을 보면 지금까지는 국내(41%)와 일본(52.3%) 위주였으나 향후 중국 쪽 매출이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콘텐츠 제작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한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아이돌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기존 강호들은 톱 MC와 배우들을 영입하며 몸집을 더욱 키우고 있다. 동방신기, 소녀시대, EXO, 샤이니 등이 소속된 SM은 배우 장동건, 개그맨 강호동, 신동엽 등이 소속된 자회사 SM C·C를 통해 드라마와 예능 분야까지 진출했다. 하반기에는 SM차이나 설립을 통해 국내 연예기획사 최초로 중국 시장에 직접 진출한다. 중국에 제2의 SM을 설립한다는 전략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YG에는 빅뱅, 싸이 등 톱 가수 외에도 차승원, 최지우 같은 톱 배우들이 소속돼 있다. YG는 의류와 화장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손잡고 글로벌 캐주얼 의류 브랜드 ‘노나곤’을 론칭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화장품 업체 코스온과 함께 화장품 브랜드 ‘문샷’을 출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휘닉스홀딩스를 인수해 YG플러스를 설립,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가수 싸이와 WINNER의 컴백, 2NE1 멤버 씨엘의 미국 시장 앨범 발매가 예정돼 있어 흥행 여부에 따라 내년 상반기 부가적인 매출 상승이 예상된다. 한 엔터테인먼트사 관계자는 “아티스트를 통한 매출은 불안정성이 크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매출 규모를 키우려면 장기적으로 사업 다각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엔터주, 반짝 테마주에서 선호주로
한편 JYP는 외식사업을 주도하던 JYP푸드와 미국 매니지먼트를 하던 JYP USA 등 부진했던 자회사를 정리하고 원더걸스, GOT7의 활동에 박차를 가하며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10월 20일에는 미쓰에이 이후 5년 만에 선보인 신인 걸그룹 트와이스가 활동을 시작했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SM, YG와 달리 JYP는 박진영 프로듀서가 작업을 도맡아서 한다. 기획자나 제작자보다 작품을 만드는 아티스트 시각에서 소속 가수들을 관리하기에 조금 더 진보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런 면에서는 한성호 FNC 대표도 가수 겸 작곡가 출신이라 소속 가수들의 스타성을 발견하는 게 용이할 수 있다. 결국 스타성을 누가 더 잘 파악하느냐가 다음 분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최용재 연구원은 “SM은 성장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사들이 중국에 진출한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실제 진출은 전무하다시피 한데, SM차이나 설립이 하반기부터 매출에 기여할 것이다. YG는 아티스트적 측면은 긍정적이지만 화장품, 패션사업 확장 등의 성과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는 리스크가 있다. JYP는 부진을 털어내고 올해 말이나 내년부터 재정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엔터테인먼트사의 최대 약점은 매출지속성으로 꼽혀왔다. 최용재 연구원은 “엔터주는 과거에는 실적 불확실성 때문에 테마주 형태로 매매됐으나, 이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있고, 실적 면에서도 투자자들을 충족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남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터테인먼트 업종에서 분기별 실적은 크게 의미가 없다. YG를 예로 들자면 빅뱅이 2분기에 활동했느냐, 4분기에 활동했느냐에 따라 분기 실적 변화가 크기 때문이다. 현재 추세는 엔터테인먼트 업종 전반이 역성장을 하지 않고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대다수 연예기획사를 먹여살리는 건 팬덤을 끌어모을 수 있는 ‘남자 아이돌’이지만, 이들에게는 ‘군대’라는 넘어야 할 큰 산이 있다. 이남준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아이돌의 입대가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 엔터테인먼트사들은 그걸 무마하고자 체계적인 아티스트 풀을 가동해 관리하고 있다. YG에서 WINNER와 iKON(아이콘)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SM은 SM루키즈, FNC 역시 신규 남자 아이돌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윤구 동부증권 연구원은 “SM에서는 입대로 빠진 동방신기의 활동을 EXO가 어느 정도 메워주고 있다. SM 20주년을 앞세워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국내 첫 돔 콘서트를 마친 EXO는 11월 일본에서도 돔 콘서트를 이어간다. 그동안 객석 점유율이 떨어졌던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티움에서 소속 솔로 가수들의 콘서트를 열어 매진을 기록하며 점유율을 올리고 있는 만큼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YG에서는 YG플러스가 신규 사업들을 담당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큰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가시적 성과를 내려면 내년까지 가봐야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아이돌 그룹 데뷔까지 최소 5억 원▼ 데뷔 후 2~3년 안에 성공 못 하면 누적 적자 10억 원 넘어 엔터테인먼트사의 가장 큰 자산은 스타다. 특히 상장사라면 소속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에 따라 주가가 시시각각 출렁인다. 톱스타와 계약하거나 계약을 파기해도, 소속 스타가 음주운전, 도박, 마약 등 사회적 물의를 빚어도 주가가 영향을 받는다. 이 때문에 회사들은 스타 발굴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일단 연습생에게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10년 가까이 투자한다. 하나금융투자가 낸 보고서 ‘남자 아이돌이 군대에 간다’에 따르면 신인 개발비를 공시하는 JYP엔터테인먼트는 연습생 육성에 연간 7억~9억 원을 쓰는데, 연습생이 20~30명이라고 가정하면 1인당 최소 2500만~3000만 원 비용이 든다. 데뷔하자마자 1집부터 뜨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기에 2~3집까지는 위험을 감수하고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멤버 5명인 신인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킨다고 가정하면 최소 5억~6억 원이 든다. 데뷔 후 2~3년 안에 성공하지 못하면 누적 적자는 10억 원이 넘어간다. ‘JYP를 먹여살린다’는 평가를 받는 미쓰에이 멤버 수지의 연습생 기간이 반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단기간에 또래 중 톱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지는 그야말로 투자 대비 효율이 높은 재화인 셈이다. 가요계 판도가 바뀐 건 2005년 SM엔터테인먼트의 기업공개로 연예기획사의 기업화가 시작되면서부터다. 가수나 작곡가 개인 역량에 따라 움직이던 시장은 기획사의 기획과 마케팅, 매니지먼트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시장으로 바뀌었다. 흥국증권의 ‘스타가 만들어지기까지’ 보고서에 따르면 가요시장에서 스타 탄생은 제작사 브랜드 파워와 인지도를 높이고, 이는 우수한 작곡가와 예비 연습생 인재 풀 확보를 용이하게 한다. 우수한 스타를 보유했다면 소위 ‘끼워 팔기’라 부르는 패키지 캐스팅이 가능해지고 이를 통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오디션과 캐스팅을 통해 선발된 연습생들은 1~3개월간 단기 트레이닝을 거쳐 지속적인 투자 가치가 있는지 확인받는다. 이후 전속계약을 하고 2~5년간 트레이닝을 거친다. 최근 연예기획사의 마케팅 트렌드는 오디션 때부터 대외노출을 통해 인지도를 확보하고 시장성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아이돌 그룹은 통상 6주간의 공식 데뷔기간을 갖는데, 이 기간 활동비는 5억여 원, 바이럴 마케팅비를 생략하면 4억여 원이 든다. 반면 배우는 가수와 탄생 과정이 많이 다르다. 아티스트를 기획, 육성하는 가수 기획과 달리 배우 매니지먼트의 관건은 뛰어난 외모를 소유한 잠재적 배우를 보유, 관리하는 것이다. 배우를 만드는 데는 가수에 비해 큰 자금이 들지 않는다. 기획사의 체계적 시스템보다 배우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배우 매니지먼트사는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 제작을 겸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체 제작을 통해 매출을 키우는 한편 소속 신인배우를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손쉽게 노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2015.10.28.~11.03|1010호 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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