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19일 개봉하는 영화 ‘내부자들’에 배우 이병헌이 출연하더군요. 지난해 말 이른바 ‘50억 원 협박사건’이 터진 뒤로 배우로서 대중 앞에 나서는 건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이제 완전히 복귀하는 건가요?
이병헌은 올해 영화 세 편에 출연했습니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와 ‘협녀: 칼의 기억’이 여름에 개봉했었죠. 하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 나선 건 처음입니다. 그 전에는 한국에 없었거나 제작발표회에만 잠시 모습을 비쳤었죠.
이유는 할리우드 촬영 일정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이병헌은 올해 미국에서 ‘미스컨덕트’와 ‘황야의 7인’을 촬영했습니다. 이병헌은 “덴절 워싱턴쯤 되면 모르겠지만 미국은 촬영 스케줄 조정에 매우 엄격하다. 1박 2일 일정을 뺄 때도 대여섯 번씩 부탁했다”고 하더군요.
이전 두 편과 비교해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의 연기는 꽤 인상적입니다. 그가 맡은 안상구는 정치깡패 출신 연예기획사 대표입니다. 대선 후보 장필우(이경영)를 막후에서 조종하는 조국일보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와의 인연으로 ‘윗분’들의 더러운 일을 처리해주는 인물이죠. 어설프게 야심을 드러냈던 그는 곧 나락으로 떨어지고, 한쪽 손이 잘린 채 복수를 결심합니다.
이병헌은 ‘달콤한 인생’(2005년)에서 깡패 역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안상구는 그때와는 전혀 다른 인물입니다. 파마한 단발머리에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고 허름한 다세대주택 옥상에서 라면을 끓여 소주 ‘일병’을 마시죠. 몰디브와 모히토를 헷갈리는 일자무식이기도 하고요.
‘내부자들’은 정치권과 재계, 언론이 뒤엉켜 음모와 배신을 펼치는 묵직한 영화지만 이병헌의 능청스러운 연기 덕분에 웃으면서 볼 수 있습니다. 이병헌은 “원래 안상구는 깡패라는 거 외엔 별다른 특징이 없어 좀 더 허술하고 코믹하게 그리자고 감독님께 제안했다. 쉴 새 없이 사건이 몰아치는 영화에서 안상구가 쉼표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번처럼 애드리브를 많이 해본 적이 없다”며 “다행히 상대인 우장훈 검사 역의 조승우 씨와 ‘쿵짝’이 잘 맞았다”고 했습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떨까요. 일단 미국에서 찍은 영화 두 편이 내년 개봉 예정입니다. ‘미스컨덕트’는 저예산 영화지만 알 파치노, 앤서니 홉킨스 등 ‘연기 신’이 나옵니다. ‘황야의 7인’은 서부영화의 고전을 50년 만에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덴절 워싱턴, 이선 호크 등이 출연합니다.
이병헌은 “알 파치노와 함께 연기할 때는 너무 긴장한 탓에 호흡곤란이 와서 기절할 뻔했다. 70대 중반인데도 소극장에 가서 따로 리허설을 하자고 감독에게 부탁하고,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는 열정에 감탄했다”고 하더군요. 그의 휴대전화에는 알 파치노와 그가 한 프레임에 담긴 모니터의 사진이 들어 있었습니다.
사실 ‘터미네이터’와 ‘협녀’ 모두 국내 반응이 그리 뜨겁지는 않았습니다. 영화 자체의 만듦새도 문제였지만 그의 스캔들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었는데요. 과연 관객들은 ‘내부자들’에서 그를 스캔들의 주인공이 아닌, 배우로 바라봐줄까요. 이병헌의 말을 듣고 판단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그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눈가가 조금 촉촉해졌습니다.
“일에 저를 쏟아 넣으며 지난 1년여를 보냈습니다. 작품에 완전히 몰입했을 때 숨을 쉴 수 있고, 자유로웠어요. 몇 번의 사과로 쉽게 과거의 저로 돌아가긴 힘들 겁니다. 일이나 사생활에서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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