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비너스’로 KBS 월화드라마 ‘흑역사’ 끝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3일 14시 07분


KBS2 ‘오 마이 비너스’는 KBS 월화드라마의 ‘흑역사’를 끝낼 수 있을까.

‘후아유’ ‘너를 기억해’ ‘별난 며느리’ ‘발칙하게 고고’ 등 올 한해 방영된 KBS 월화드라마는 대부분 시청률 8%를 넘지 못하며 고전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6일 첫 방송된 ‘오 마이 비너스’가 최고 시청률 9.7%(6회·닐슨코리아 집계)을 기록하며 10% 고지를 바라보고 있다. KBS 월화드라마가 시청률 10%를 넘은 건 올 초 방영된 ‘힐러’가 유일하다.

‘오 마이 비너스’는 한때 ‘대구 비너스’로 불렸지만 사법시험 준비를 하다 ‘얼꽝’과 ‘몸꽝’으로 변한 여주인공 강주은(신민아)과 의료법인 가홍의 후계자이자 시크릿 헬스 트레이너인 남주인공 존킴(소지섭)이 나오는 로맨틱 코미디. 이 드라마의 감춰진 속살에 대해 방송담당 기자 2명이 조목조목 뜯어봤다.

▽염희진=여주인공의 특수 분장부터 짚고 넘어가자. 신민아 분장은 조금 아쉬웠어. 어떻게 통통해졌는데 더 예뻐질 수 있지? 이건 너무 불공평하잖아. 주은의 친구이자 라이벌인 오수진(유인영)은 손가락 마디마디까지 뚱뚱함을 표현했는데 주은은 하관에 실리콘 조금 붙인 거랑 배와 엉덩이에 뭘 넣은 게 전부야.

▽김배중=6회쯤 살이 빠지니까 어색해보일 정도로 통통했던 얼굴이 더 사랑스럽던데. 기술적으론 아쉬운데 남자 시청자 배려 차원이 아닐까. 여성으로서 매력을 포기 하지 않은 적당한 망가짐이 신민아를 돋보이게 만들었어.

▽염=소지섭의 ‘츤데레’(겉으로 무뚝뚝하나 속정이 깊은 사람을 뜻하는 일본식 신조어) 매력은 역시 죽지 않았어. 주은의 트레이닝을 맡겠다며 “앞으로 당신 몸은 내 꺼, 내 마음이니까”라고 말하는 것도 모자라 땀 흘리며 운동까지 해주니, 이 드라마는 소지섭 팬들을 위해 기획된 게 아닐까. 그런데 ‘소간지’(소지섭의 별명)도 세월의 흐름을 빗겨가진 못했더군.

▽김=역시 로맨틱 코미디는 배우들이 이름값을 잘 할 수 있는 영역인 것 같아. 오랫동안 광고모델로 다져진 신민아의 매력이 잦은 클로즈업에서도 유독 빛나잖아.

▽염=솔직히 드라마 줄거리는 많이 밋밋해. 헬스 트레이닝이 드라마 소재여서 신선하다고 생각했는데 웬 걸, 트레이너인줄 알았던 남자주인공이 알고 보니 금수저인 기업 후계자?

▽김=줄거리가 뻔해 보이지만 전혀 허무맹랑하지 않아. 13개월 할부금이 남아있는 변호사 주은을 통해 직장인의 현실도 보여주고, ‘헬스 힐링 드라마’를 표방해서 그런지 간간히 ‘거북목 방지 팁’ 같은 건강 정보를 제공하니까 보다보면 공감할 부분이 많아.

▽염=이 드라마의 일등공신은 배우 다음으로 통통 튀는 대사 아닐까. ‘신세마일리지’ ‘온몸에 섹시가 쳐발쳐발해’ 등 신조어를 활용한 대사 듣는 재미가 쏠쏠해.

▽김=조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가 밋밋한 줄거리에 양념역할을 하는 것 같아. 특히 존킴의 왼팔, 오른팔인 하버드 졸업생 김지웅(헨리)과 격투기 선수 장준성(성훈)의 감초연기가 볼만 해. 주은이 무리하게 운동해서 다리에 쥐가 나니까 헨리가 ‘미야오~’하면서 고양이 흉내 내는 장면은 같은 남자가 봐도 귀엽더라.

▽염=존킴의 새엄마로 나오는 최혜란(진경)과 그의 오빠 최남철(김정태) 등 내로라하는 조연들이 아직까지 별다른 활약이 없던 것도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만들어. 8회부터 존킴이 이사장으로 취임하고 주은이 이 회사 법무팀에 들어왔으니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되겠지. 그러고 보니 요즘 드라마의 배경으로 회사가 자주 등장하네.

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
염희진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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