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 여동생에게 손 내민 세자매…고레에다 감독이 말하는 가족의 의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7일 15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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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던 세 자매에게 15년 전 자신들을 버린 아버지의 부고가 전해진다. 맏언니 사치(아야세 하루카), 둘째 요시노(나가사와 마사미), 셋째 치카(#카호)는 장례식장에서 배다른 여동생 스즈(히로세 스즈)를 만난다. 핏줄이 이어진 동생이지만 아버지가 바람을 피운 상대의 딸이기도 한 소녀. 자신들의 어린시절 마냥 혼자가 된 스즈에게 세 자매는 “같이 살자”며 손을 내민다.

‘바닷마을 다이어리’(17일 개봉·12세 이상)는 영화를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산 꼭대기와 골짜기를 잘라내고 중턱만 그린 영화”다. 영화는 128분 동안 작은 어촌마을의 낡은 일본 가옥에서 벌어지는 자매들의 일상을 담는다. 서로 옷을 뺏어 입느라 투덕거리고, 매니큐어를 칠해주며 깔깔대고, 계절에 맞는 음식을 해먹는 완만한 일상 속에서 상처는 작은 가시처럼 불쑥 튀어나온다. 사치는 아버지를 닮은 남자를 사랑하고, 요시노는 자매를 두고 집을 뛰쳐나간 어머니를 꼭 닮았다. 치카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그의 습관을 몸에 지니고 있고, 스즈는 언니들의 가족을 망쳤다는 죄책감 때문에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지 못한다.

자매는 하나같이 의젓하고 속이 깊고, 마을 사람들은 부모 대신 자매를 따뜻하게 품는다. “이미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시선에서 자매들을 지켜보는 영화”라는 감독의 설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영화는 환상에 가까울 정도로 시종일관 따뜻하고 고즈넉하다. 영화가 품은 온기 안에는 상처이자 위안이라는 가족의 의미가 녹아 있다.

다만 아이가 뒤바뀐 두 가족의 이야기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년), 엄마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의 생존기 ‘아무도 모른다’(2004년) 등 가족과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담았던 그의 전작을 좋아했던 팬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런 이들을 위해 고레에다 감독의 차기작 계획을 전한다. 올해 데뷔 20년을 맞은 감독의 세계는 ‘바닷마을…’로 쉼표를 찍은 뒤 좀더 넓어질 모양이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모습을 담는 사회성 짙은 작품을 구상 중이다. 브라질 이민자들이나 오키나와 사람들처럼 일본이 번영하는 과정에서 잊혀지고 버려졌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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