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5번 리사이틀(독주회)을 갖는 게 흔치 않은 기회잖아요. 그래서 평소 국내에서 잘 연주되진 않지만, 피아노의 다채로움을 보여줄 수 있는 실험적 곡 위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어요.”
올해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27)은 “연습 장소를 따로 빌릴 필요 없이 아트홀을 마음대로 이용하게 된 것도 큰 혜택”이라며 웃었다.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는 30세 이하 연주자를 초빙해 이들이 원하는 무대를 마련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그가 갖는 5번의 무대는 7일 그륀펠트 ‘빈의 저녁’, 모차르트 소나타 10번, 스트라빈스키 ‘페트루슈카’, 라벨 ‘라 발스’를 연주하는 신년 음악회로 막을 연다. 이어 5월 26일 ‘올(All) 슈베르트’, 6월 9일 ‘스크랴빈, 생상스, 리스트’, 9월 8일 ‘올(All) 프로코피에프’, 12월 ‘앤 마리 맥더모트와의 피아노 듀오’를 선보인다.
그가 프로코피예프의 전쟁 소나타 6, 7, 8번을 한꺼번에 연주하는 건 드문 구성이다. “일반적으로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은 거칠고 과하다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그 속에 깃든 유쾌하고 익살맞으면서도 서정적인 느낌을 들려드리고 싶다.”
그는 2009년 스위스 인터라켄 콩쿠르부터 지난해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까지 모두 7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콩쿠르 상금으로 유학 생활비를 충당했다는 농담이 나오기도 했다. 혹시 조성진이 우승한 쇼팽 콩쿠르처럼 세계 3대 메이저 콩쿠르 우승에 대한 꿈은 없는지 궁금했다.
“절제와 정확함이 강조되는 콩쿠르는 개성을 맘껏 드러낼 수 있는 연주회와 완전히 달라요. 제가 10대 후반부터 콩쿠르에 나갔는데 해가 갈수록 스트레스가 심해져 양쪽 귀 부근에 흰머리가 생길 정도예요. 콩쿠르는 향후 연주 기회를 얻기 위해 나가는 건데 제게 충분한 연주 기회가 주어진다면 메이저 콩쿠르에 굳이 나갈 필요는 없겠죠.”
그러면서도 그는 “만약 상황이 바뀌어 콩쿠르에 나가게 된다면 제 나이가 있는 만큼 목숨 건다는 심정으로 해야겠죠”라고 덧붙였다.
그는 서울예고와 미국 커티스음악원, 줄리어드 음대를 거쳐 현재는 뉴욕 매네스 음대에서 공부하고 있다. 화려하고 진한 색채감이 느껴지는 곡을 아직까지는 더 수월하게 연주하는 것 같다는 게 그의 자평이다.
“그런데 기쁘고 들뜬 감정은 찰나이고, 어둡고 슬픈 감정은 오래 가잖아요. 여운이 남을 수 있는 레퍼토리를 많이 개발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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