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상입은 어느 전도유망한 음악청년의 사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월 6일 08시 00분


제임스리는 불의의 사고로 자신의 전부였던 베이스기타를 손에서 놓았다. 극심한 고통과 절망감을 오로지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잊으려 하고 있다. 사진제공|애플오브디아이
제임스리는 불의의 사고로 자신의 전부였던 베이스기타를 손에서 놓았다. 극심한 고통과 절망감을 오로지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잊으려 하고 있다. 사진제공|애플오브디아이
■ 불의의 사고 딛고 다시 일어선 ‘록밴드 로열파이럿츠’ 제임스 리

식당 철골 무너져 어깨·손목 뭉개져
신경감각 찾기 위에 고무공 만지작
심리적 절망과 불안 음악으로 극복
키보드 연주자로 ‘제2의 인생’ 설계


록밴드 로열파이럿츠(RP)의 제임스리(27). 낯선 이름과 얼굴이다. 밴드에서 베이스기타를 연주해온 그는 지금 이중의 고통 속에 놓여 있다.

한창 컴백을 준비하던 작년 6월 손목 절단을 고려해야 할 만큼 중상을 입은 뒤 겪고 있는 극심한 물리적 아픔이다. 무엇보다 13년 동안 생명처럼 여겨온 베이스키타를 다시 잡을 수 없다는 절망감은 더욱 크다.

그가 이 같은 고통 속으로 빠져든 것은 지난해 6월10일이었다. 제임스리는 어렵게 그날을 돌이켰다.

“지인과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서울의 한 유명 중식당을 찾았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먼저 도착한 지인을 찾기 위해 내부를 살피려는 순간이었다. 출입구의 육중한 철골과 유리벽이 무너져 내렸다. 유리 파편은 머리에 박히고, 날카로운 철골 기둥은 왼쪽어깨와 손목을 짓뭉갰다.”

정신을 잃은 뒤 깨어나 8시간에 걸친 손목 접합수술을 받아야 했다. 의료진은 “절단된 신경이 살아나는 통증으로 평생 고생할 수 있다”며 “손목 절단과 의수 착용”을 권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음악을 잃고 싶지 않았던 거다. 이후 많은 출혈과 장시간 수술로 인한 혈관의 부종이 가라앉을 때까지 수혈을 받는 끔찍한 과정도 겪었다. 통증을 이겨내기 위해 진통제를 맞아가며 고통에 맞서는 나날이 몇 달간 계속됐다. 하지만 극심한 통증과 외상후스트레스 증후군 진단 등 아픔은 여전하다.

이보다 더 큰, 더 이상 베이스기타를 다시 잡을 수 없다는 절망감의 고통 속에서 현재는 프로듀서 정재윤의 권유로 키보드를 맡고 있다. 하지만 떨치기 힘든 비관은 집요하게 스스로를 괴롭힌다.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제임스리의 왼쪽손목에는 깊은 상처와 꿰맨 자국이 선명했다. 신경감각도 돌아오지 않은 상태다. 그는 “칼로 살을 찍는 듯한 고통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날의 악몽이 잊혀지지 않는다”며 정서적 불안감을 호소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제임스리의 사고와 관련해 소속사 애플오브디아이는 “식당 측이 사고 이후 변호사를 통해 원만한 협의를 시도해왔다. 하지만 음악 밖에 모르던 한 뮤지션의 미래는 어떻게 보상받아야 하느냐”면서 “음악활동에 혹시라도 장벽이 될까 자제해왔지만 이젠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제임스리는 190cm의 큰 키에 격투기, 수구, 농구 등에 능한 만능스포츠맨이었다. 누구나 슬쩍 쳐다보게 되는 준수한 외모와 우월한 신체조건으로 라푸마, 태양의 마테차 등 CF 모델로도 활동했다.


사고 6개월이 지난 현재 제임스리는 음악에 대한 사랑으로 고통을 이겨내고 있다. 재활치료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있고 있는 그는 잃어버린 손의 신경감각을 찾기 위해 쉬지 않고 고무공을 만지작거린다. 노란 고무공에는 까만 손때가 가득하다.

그래도 그에게는 여전히 ‘희망의 공’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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