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가 돌아왔다 전해라

2012년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를 휩쓴 월드 스타 싸이가 지난해 12월 1일 새 앨범 ‘칠집싸이다’로 돌아왔다.
신곡 발표가 늦어지자 일각에서는 ‘싸이가 미국병에 걸렸다’ ‘초심을 잃었다’ 등 시기와 기대가 섞인 얘기들도 들려왔지만 보란 듯이 그는 지극히 ‘싸이스러운’ B급 감성 충만한 곡들을 들고 나타났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두 손목을 포개고 양다리를 폴짝대며 “오빤 강남 스타일~”을 외쳤던 2012년. ‘강남스타일’로 일약 ‘월드 스타’가 된 싸이(39)는 이후 ‘젠틀맨’ ‘행오버’까지 연달아 히트시키며 한국 가수로서는 최초로 세계적인 스타 마돈나와 한 무대에서 춤을 췄고, 전용기를 타고 세계를 누볐으며, 세계의 명사들만 설 수 있다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강연도 했다.

명실공히 K팝 선두주자로 우뚝 선 싸이가 ‘강남스타일’이 수록된 ‘싸이육갑(6甲)’ 이후 3년 5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1일, 드디어 새 앨범을 발표했다. 현재까지 반응은 대성공. 더블 타이틀 곡인 ‘나팔바지’와 ‘대디’ 모두 온라인에 공개되자마자 음원 차트 1, 2위를 기록했고, 지난해 12월 13일 방송된 SBS ‘인기가요’에서는 ‘대디’로 1위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강남스타일’ 때만큼은 아니지만 해외 반응도 뜨겁다. 지난 12월 9일자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에서 ‘대디’가 97위를 기록해 싸이는 아시아 가수 최초로 4곡 연속 빌보드 핫 100 진입 가수로 이름을 올렸다. 또 다음 날 공개된 빌보드 월드 디지털 송 차트에서는 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특히 ‘대디’ 뮤직비디오는 12월 19일 기준 유튜브에서 6천5백48만뷰를 돌파하며 꾸준한 조회 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싸이는 이번 앨범 작업을 위해 오랜 시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2014년 여름 새 앨범 준비가 한창일 때 싸이의 소속사 대표인 양현석은 측근들에게 “싸이가 지난 2년 동안 한국 가수인지, 미국 가수인지 정체성을 잃고 혼란스러워했다. 하지만 다시 싸이 특유의 멋과 맛이 살아나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싸이 역시 지난해 11월 30일 열린 7집 앨범 발표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많은 중압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이날 그는 처음으로 공개되는 노래들이 혹시라도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까 봐 현장에서 감상 순서를 다시 정하는 등 꽤나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새 앨범이 나오기까지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어요. 한때는 곡 쓰는 게 쉬웠던 적이 있는데 네티즌들의 표현대로 ‘미국병’ 때문인지, 흥행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는지 어느 순간부터 쉽게 곡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이러면 ‘강남스타일’보다 못할 텐데, 이렇게 쓰면 외국인들이 못 알아들을 텐데, 하는 걱정들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죠. 그러다 지난해 초 대학 축제 무대에 다시 서면서 ‘초심’을 되찾을 수 있었어요. ‘하고 싶은 걸 하려고 음악을 시작했는데 지금 왜 이렇게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나’싶더라고요. 그때부터 머릿속에 들어 있던 여러 사공들을 다 없애버리고 오직 하나의 목표만 정해 전진할 수 있었어요.”

‘나팔바지’ 뮤직비디오 한 장면.

데뷔 15년, 선글라스 쓰면 해외에서도 알아보는 사람 많아져

싸이는 음반 발매 전 네이버 V앱에서 진행된 ‘싸이 리틀 텔레비전’ 생방송을 통해 팬들에게 새 앨범을 소개하며 국내 팬을 위한 일명 ‘내수용’ 곡이 ‘나팔바지’이고, 해외 팬을 겨냥해 만든 ‘수출용’ 곡이 ‘대디’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완성했다는 ‘나팔바지’는 1970~80년대 리듬 기타와 드럼 사운드가 돋보이는 복고풍 댄스 장르로 싸이, 유건형이 공동 작곡했고 싸이가 노랫말을 붙였다. ‘대디’는 강렬하고 독특한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주축이 된 빠른 템포의 댄스곡으로 ‘2NE1’ 씨엘이 피처링에 참여했는데, 무려 4번의 편집 과정을 거쳐 19개월 만에 완성된 곡이라고 한다. 당초 2014년 여름을 겨냥해 만들기 시작했지만 편곡이 바뀌면서 안무와 뮤직비디오 촬영 또한 전면 수정돼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고.

이번 7집 앨범에는 두 타이틀 곡을 포함해 총 9곡이 수록됐다. 전인권, 자이언티, JYJ 김준수, 다이나믹듀오 개코, 씨엘 등 많은 선후배 가수들이 피처링을 맡았고, 고 신해철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고인이 생전에 했던 말들을 그가 노랫말로 만들어 ‘드림’이라는 곡을 완성하기도 했다. 싸이는 이 중 전인권과 함께 작업한 ‘좋은 일이 생길 거야’에 많은 애착이 간다고 밝혔다. 그는 “누구나 자신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나. 전인권 선배님의 목소리가 그런 상처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연고처럼 잘 스며들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 7집은 원래대로 따지면 ‘6집 Part 2’가 돼야 맞다. 하지만 당초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7집으로 바로 뛰어넘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싸이는 “가수 활동 기간이 15년인데 정규 앨범이 6장밖에 안 되면 속상할 것 같았다. 정규 앨범이 언제 또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자숙 기간도 너무 티가 나는 것 같아서…”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대디’ 뮤직비디오 한 장면.

스물네 살의 나이에 댄스곡 ‘새’로 데뷔한 싸이는 최근 들어 초심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동안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의 과정들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보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가장 큰 변화는 두 딸을 둔 아빠가 됐다는 것이고, ‘강남스타일’ 이후 해외에서도 선글라스를 쓰면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신다는 것, 다음 날까지 숙취가 남아 있을 정도로 술에 많이 약해졌다는 점 등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한결같은 몸매 유지 비결(?)에 대해서는 “콘서트 투어를 마치고 나도 몸무게가 300g 정도 줄어 있을 정도로 워낙 잘 안 빠지는 체질이다. 그나마 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평소 끊임없이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7집 활동 계획 중 해외 프로모션은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동안 국내 팬들과의 스킨십이 많지 않았던 만큼 당분간은 국내 무대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싸이는 최근 미국 연예 매체 ‘TMZ’와 스마트폰 영상 통화로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정식 해외 프로모션 없이 ‘대디’가 뮤직비디오 4천만 뷰(인터뷰 당시 기록)를 넘어선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공연을 위해 미국에 온다면 무엇을 할 것이냐”는 TMZ 측의 질문에 구체적인 콘서트나 활동 계획 대신 “영어로 말을 할 것”이라고 답해 스튜디오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밤에도 선글라스를 쓰는 싸이가 아니어도, 영어로 공연하는 싸이가 아니어도 우리에게 싸이는 분명 ‘월드 스타’ 다.

글 · 김유림 기자 |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 디자인 · 최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