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한 고급 호텔. 단골 고객들이 투숙 중이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지휘자 프레드 (마이클 케인)는 은퇴한 뒤 긴 휴가를 보내고 있다. 노장 영화감독 믹(하비 케이틀)은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호텔을 찾았다. 할리우드 스타 지미(폴 다노)는 다음 영화의 배역을 준비 중이다. 프레드의 딸이자 비서인 레나(레이첼 와이즈)도 아버지를 만나러 호텔을 찾는다.
7일 개봉한 영화 ‘유스’(15세 이상)는 ‘젊음’이라는 뜻의 제목과는 달리 노년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프레드와 믹은 모두 인생의 황금기가 지났다는 것을 알고 있다. 프레드는 영국 왕실에서 특별히 연주를 해달라는 요청이 와도 매몰차게 거절하고, 믹은 어떻게든 필생의 걸작을 남기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프레드가 자신을 포기한 채 그저 늙어가기로 마음먹었다면, 믹은 반대로 자신에게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고 믿는 쪽이다. 지미와 레나도 나이는 젊지만 팔순 노인만큼이나 지친 상태다. 지미는 자신을 그저 그런 스타로 보는 대중의 시선에, 레나는 갑작스럽게 자기를 버린 남편에게 질린 채.
스위스의 아름다운 풍경과 고급스럽게 꾸민 호텔은 마치 삶이 멈춘 진공의 공간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절망한 채 상처 입은 동물처럼 호텔에 틀어박혀 있다. 누구에게나 그런 때가 온다. 자기 인생에 더 이상 돌파구가 없고, 인생이 끝났다고 느껴지는 시기. 믹은 이 진공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지만 결국 결정적인 타격을 입고 실패한다. 프레드는 역설적으로 그런 믹을 보고 난 뒤에야 자기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호텔 의사는 그에게 말한다. “이곳에서 나가면 젊음이 있죠.”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큼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아름다운 음악으로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다. 그 절정이 프레드가 끝내 거부했던 곡을 지휘하는 마지막 연주회 장면으로, 소프라노 조수미가 등장해 클라이맥스의 감동을 길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영화는 얼마나 늙었든, 큰 상처를 입고 절망했든, 가장 마지막 순간까지도 인생에는 젊음이, 그러니까 희망이 남아 있음을 아름다운 선율에 실어 노래한다. 새해 첫 영화로 선택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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