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공감하는 소재를 재미있게 풀어낸다면 세계인도 공감할만한 한류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요.”
2014년 천송이(전지현) 도민준(김수현) 신드롬을 일으킨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 21.5%로 지난해 미니시리즈 최고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기록한 ‘용팔이’ 등 매년 히트상품을 만든 드라마 제작사 HB엔터테인먼트 문보미 대표. 7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글로벌 콘텐츠제작 기업으로 회사를 꾸려가겠다”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별그대’ ‘용팔이’ 외에도 ‘내 딸 서영이’(2012년) ‘에어시티’(2007년) 등이 그가 그동안 제작한 드라마들이다. 문 대표는 자신이 제작한 드라마들이 공전의 히트를 쳤지만 좀처럼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온 인물이다. 언론 인터뷰도 이번이 처음이다.
의외로 그는 1987년 제27회 동아음악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은 바이올리니스트 출신이다. 그는 영화 투자사와 제작사에서 일하던 남동생과 아버지 영향으로 방송 콘텐츠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오다가 2006년 HB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그는 성공비결에 대해 “운 좋게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며 “한 작품에 매달리기보다 여러 기획안을 두고 고민하고, 주변 사람과 항상 교류하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줄여 불러도 입에 착 붙는 ‘별그대’, 용한 돌팔이 의사를 뜻한다는 ‘용팔이’ 등 드라마 제목은 회사 내부공모를 통한 소통의 결과물이다.
“‘용팔이’ 기획 당시 여자 주인공은 4회까지 잠만 자는 역할로 결정했어요. ‘누가 어울릴까’ ‘누가 그 자리에 누워있어야 시청자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를 고민했죠. 문득 김태희의 미모가 생각났는데 다른 대안은 안 떠올랐어요.(웃음)”
그는 꼼꼼한 성격이지만 즉흥적인 ‘촉’도 뛰어나다. 그의 촉대로 김태희는 대사 없이 4회까지 누워만 있었지만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다. ‘별그대’ 당시에는 박지은 작가가 “주인공이 외계인”이라며 망설였다. 하지만 외계인이 있다고 믿던 문 대표는 “신선하다”며 기획안을 추진해 ‘별그대’ 신드롬을 일으켰다. 두 작품은 중국 등에서 한류 붐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일등공신이 됐다.
그가 올해 구상하고 있는 ‘HB판 드라마’의 장르와 제작 방식은 다양하다. 로맨스 코미디물인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는 사전 제작으로,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한 ‘러브레터’는 한국과 일본 합작으로 제작된다. 청소년 드라마도 시도된다.
톱스타보다는 적재적소에 맞는 배우를 찾고 새로운 작가를 끊임없이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고집이다. “지난해 ‘용팔이’를 통해 장혁린 작가를 발굴했어요. 작가든 배우든 새로운 얼굴을 계속 발굴해 시청자가 다양하고 참신한 콘텐츠를 즐기도록 해야죠.”
새로운 한류를 위한 조언도 나왔다. “제작사마다 자금력이 부족해 힘들어한다. 드라마 한 편을 기획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 이를 뒷받침할만한 여건은 안 따라준다. 한국 제작사들은 시청자 반응에 따라 드라마를 만들 정도로 순발력이 좋고 ‘스토리텔링’에 강점이 있어요. 외국 자본을 유치해 여건을 개선한다면 새로운 한류 붐을 일으키지 않을까요.”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 나의 ‘창작의 문을 여는 열쇠’ 3가지
1. 오롯이 혼자 있는다=씻을 때, 비행기 안에 혼자서 앉아 있을 때 영감이 떠오른다. 2. 뇌를 비운다=드라마, 영화 안 보고 머리를 비운다. 비워야 뭔가 채워진다. 3. 여행을 떠난다=행복할 때 에너지가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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