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말라야’가 14일 현재까지 730만여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면서 겨울 시즌 극장가를 달구고 있다. 영화는 히말라야 등반 도중 조난당한 채 숨진 동료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떠난 산악인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산악의 험준함에 목숨을 내건 이들의 이야기는 그동안 다양한 영화를 통해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다. 거대한 자연의 풍광이 담아내는 스펙터클함, 정상을 향해 오르고 또 오르는 인간의 끝없는 도전, 조난의 위기를 뛰어넘으려는 이들이 빚어내는 긴장감 등이 그 힘이었다.
19년 전인 1997년 오늘, 본격적인 산악 드라마를 표방한 작품도 그만한 감동의 산맥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날 MBC 드라마 ‘산’(사진)의 제작진과 출연진이 알프스로 향했다.
주연 감우성과 김상중, 최종환, 김정난 그리고 촬영 스태프가 프랑스 샤모니에서 산악용 헬기에 몸을 실었다. 헬기는 이들을 만년설이 신비한 풍광을 자아내는 해발 3600m의 ‘라 프랑트 라슈날봉’인근 기슭에 내려놓았다. 이들은 이내 자일에 몸을 묶고 본격적인 촬영을 시작했다.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을 맞으며 숨쉬기조차 힘든 설산에서 이들은 연출자 정운현 PD의 총 지휘 아래 산악인의 험난한 여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들은 이미 1996년 여름과 가을 국내 지방은 물론 네팔에서 로케를 시작했던 터였다. 촬영에 앞서 전 출연진과 제작진은 북한산 인수봉 등에서 훈련을 받기도 했다.
드라마 ‘산’은 이 같은 힘겨운 과정 끝에 1997년 5월12일부터 7월15일까지 방영됐다. 한 산악인 가족을 중심으로 역경에 도전하는 인간의 끝없는 도전을 담아낸 휴먼드라마이기도 했다. 1970년대 초반 해발 8163m의 마나슬루 등반 도중 두 형제를 잃은 김정섭씨의 5형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였다.
4월 김상중과 홍리나는 북한산 백운대 정상에서 산악 결혼식 장면을 촬영해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특히 급격한 경사의 암벽에서 사랑을 약속하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홍리나는 그 두 달여 뒤 인수봉에서 그만 추락하는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30여m 아래로 떨어져 중상을 입은 것이다. 이후 한동안 연기활동을 하지 못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다만 그해 연말 MBC 연기대상 특별상을 받는 것으로 작은 위안을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