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위 사태 어디까지 번지나” 연예기획사들 긴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8일 21시 47분


中 한류 여론 실시간 모니터링

대만 총통 선거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던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 쯔위(본명 저우쯔위·17)의 ‘대만 국기(國旗) 사건’을 둘러싼 후폭풍이 18일에도 거세게 일고 있다.

쯔위는 이날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MBC TV ‘2016 아이돌스타 육상 풋살 양궁 선수권대회’ 녹화에 예정대로 참석했다. 이 녹화는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다른 출연진에게 둘러쌓인 쯔위는 녹화장으로 서둘러 들어갔다. 이 장면이 일부 매체에 의해 촬영됐지만 인터뷰 등은 허용되지 않았다.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JYP) 관계자는 “쯔위의 부모님이 15일 오전 입국해 서울에 머물며 쯔위를 보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 쯔위의 공개사과에 대한 논란

현재 대만 현지와 국내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미성년자인 쯔위의 공개사과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한국다문화센터는 이날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인 멤버 쯔위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와 박진영 대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센터 측은 “쯔위가 최근 인터넷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는 이유로 업체 측이 15일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 사과하게 한 것은 심각한 인종차별과 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JYP는 같은 날 발표한 공식 입장문에서 “(공개 사과는) 쯔위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부모와 함께 상의한 후 최종 결정한 것”이라며 “강요된 사과가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쯔위 사건은 국내 연예계에도 적지 않은 충격이 되고 있다. 가요기획사 대표 A씨는 “연예제작자로서 엄청난 공포를 느꼈다”고 했다. 연예기획사 대표들은 대부분 대만 국기 사태가 이 정도로 비화될지 예상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기획사들은 향후 △중국 지사를 통한 현지 여론 모니터 활동을 매일, 실시간 체제로 바꾸고 △소속 연예인의 동아시아 근대사 교육을 강화하며 △해외 활동 가이드라인을 재설정할 방침이다.

●한류 리스크 어떻게 해야 하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한류 전략도 재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연예 기획사들은 2000년대 한류 확산과 함께 해외 활동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일본이 중요했다. 2009~2010년 한국 배우와 가수, 개그우먼이 일본 TV에 출연해 기미가요에 박수를 보내거나 김치를 ‘기무치’로 발음했다가 국내 여론의 뭇매를 맞는 일이 발생했다. 2011년부터 한류가 동아시아 밖 국가까지 확산되면서 가이드라인이 늘었다. ‘남미에선 OK 사인이 욕’ ‘나치즘 연상 동작 금지’ ‘인근 라이벌 국가 언급 자제’ 같은 사항이 추가됐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한류의 중국 의존도는 심각해지면서 심각한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빅뱅은 지난해 연말 국내 주요시상식과 행사에 불참했지만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2015-2016 후난TV 신년 콘서트’에는 출연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중국에서 이민호 김수현의 중국 TV 회당 출연료는 10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안다. 많이 주는 쪽으로 움직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때로 특정 스타를 둘러싼 예기치 못한 논란도 초래된다. 2014년 6월 배우 김수현 전지현이 모델로 나온 중국 생수 광고에서 수원지가 백두산의 중국식 명칭인 ‘창바이산(長白山)’으로 표기된 것이 알려지자 이를 두고 한국과 중국 누리꾼의 설전이 벌어졌다.

고정민 홍익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에 지나치게 맞추다보면 규제 중심의 중국 콘텐츠와 비슷해져 한류의 장점이 사라진다. 콘텐츠 자체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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