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성민 “내 딸과 다툰 그날, 영화 속 딸 찾아 헤맬 줄이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월 22일 08시 00분


배우 이성민은 영화 ‘로봇, 소리’로 다시 관객을 만난다. 지난해 드라마 ‘미생’이 가져다준 인기가 여전히 어색하지만 “덤덤할 수 있는” 법을 알고 있었다. 스포츠동아DB
배우 이성민은 영화 ‘로봇, 소리’로 다시 관객을 만난다. 지난해 드라마 ‘미생’이 가져다준 인기가 여전히 어색하지만 “덤덤할 수 있는” 법을 알고 있었다. 스포츠동아DB
■ 이성민의 ‘로봇, 소리’ vs 임시완 ‘오빠생각’…미생의 두 남자 스크린 맞대결

‘미생’의 두 남자가 ‘완생’이 되어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배우 이성민과 임시완. 2년 전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미생’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위로하며 감동을 전한 두 사람이 주연 영화를 차례로 관객 앞에 내놓는다. 임시완의 ‘오빠생각’이 21일 개봉한 가운데 이성민의 ‘로봇, 소리’가 27일 선보일 예정이다. 한때 직장 상사와 부하직원으로 상하관계가 분명했던 두 사람이 이번엔 물러설 수 없는 흥행 대결을 펼친다.

딸 키우는 입장에서 공감대 형성…아빠는 전부 그렇다
늦게 얻은 주인공 타이틀…책임감에 마냥 즐길 수 없어


“긴장돼 미칠 지경이에요. 아….”

배우 이성민(48)은 인터뷰를 시작하기도 전에 “긴장 된다”는 말을 두 번이나 꺼냈다. 영화 ‘로봇, 소리’(감독 이호재·제작 영화사좋은날) 개봉을 앞둔 요즘 심정이다. 주위에서는 ‘시사 반응이 좋다’고 말을 건네지만 긴장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아내는 “이제 그만 좀 하라”는 일침까지 놓았다.

“안절부절, 잠도 못 잔다. 집에서 계속 온라인으로 검색하고, 영화 예고편도 반복해 틀어놓는다. 그러니까 집사람이 한 소리 하더라. 하하!”

남들보다 조금 늦게 얻은 영화 주인공 타이틀을 마냥 즐길 수 없는 것은 책임감이 그만큼 큰 탓이다.

“잘 놀라지 않는 편이다. 오죽하면 오랜 별명이 ‘소’이겠는가. 그런 내 인생에 반란이 일어났다. 드라마 ‘골든타임’(2012년) 때였다. 감당 안 될 정도로 나를 알아봐줬다. 많이 혼란스러웠고 애써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느새 (인기는)희석되고 잊혀짐도 알게 됐다. 다시 ‘미생’을 만났고 또 한 번 태풍 같은 일을 겪었지만 덤덤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더는 흔들림이 없을 줄로만 알았더니 ‘로봇, 소리’를 내놓는 마음은 또 다른 눈치다. 아마도 영화에 갖는 애정, 그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대구라는 지역을 향한 마음이 남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대구에서 집사람을 처음 만나 연애를 했다. 극단 생활을 하면서 자취를 했던 곳이다. 마치 고향으로 돌아간 듯, 영화를 찍을 수 있어 좋았다.”

영화는 10년 전 실종된 딸을 찾아 전국을 헤매는 아빠의 이야기다. 이성민은 “영화의 주인공이 ‘보통사람’이라는 사실이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비범해 보이지 않는, 일상적인 아빠다.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도 공감했다. 영화에서 딸은 하필 아빠와 심하게 다툰 날 실종된다.”

그 장면을 촬영하던 무렵, 이성민은 당시 중학교 2학년생이던 자신의 딸과 실제로 격하게 다퉜다.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에 놓인 예민한 딸의 마음을 미처 몰랐다”는 생각은, 뒤늦게 떠올랐다.

“딸을 논리적으로 설득시키고, 달랬다. ‘로봇, 소리’의 아빠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다만 딸을 보호하려는 방식이 달랐을 뿐이지. 딸을 가진 세상의 아빠는 전부 그렇다.”

이제 3학년생이 되는 딸은 아빠의 출연작 가운데 ‘골든타임’을 최고로 꼽는단다.

“‘미생’보다 ‘골든타임이’ 좋다더라. 아빠가 찌질하게 나오는 모습은 보기 싫다고. 하하!”

그래도 이성민에게 ‘미생’은 떼놓기 어려운 작품. 그로부터 얻은 인기와 이미지는 여전하고, 지금도 ‘직장인의 멘토’라는 기대 어린 시선을 얻는다. 이성민은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했다. 다만 “무명에서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조금 내려놓고 연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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